소형위성발사체 나로호(KSLV-1)의 핵심기술인 1단 로켓 엔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측의 태도 변화로 공동 개발이 아닌 구매로 이뤄지게 됐다는 전직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이는 “원래부터 나로호 1단 액체 로켓 기술은 러시아에서 갖다가 쓰기로 했다”는 그간의 정부측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자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나로호 발사 관련 설명회에서 “나로호 개발사업은 발사체 개발과 발사장 운용, 액체 엔진 기술 확보, 시스템 개발 등 3대 목표로 시작됐다”면서 “나로호 공동 개발을 맡은 러시아측이 태도를 바꾸면서 독자 액체 엔진 기술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나로호의 핵심 기술인 액체로켓 기술의 이전 문제와 관련해 “2004년 한러간 우주개발협력협정을 맺은 뒤 순조롭게 진행되던 한러간 우주 협력이 2005년 러시아가 갑자기 ‘기술보호협정(TSA)’를 들고 나오면서 (공동 개발에) 문제가 됐다”며 “일부에선 애초부터 (액체 엔진의)공동 개발이 아니었다면 러시아와 협정도 맺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개발 초기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부와 후신인 교육과학기술부는 “한러간 협약과 계약서에 명기되지 않았다. 어느 나라도 액체 엔진 기술을 주지 않는다”며 “나로호 개발 사업에는 액체 엔진 개발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우주단장을 하면서 이런 사실을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나로호 1,2차 발사가 이뤄지던 2009~2010년 한국연구재단에서 국가 우주개발을 위한 연구의 밑그림을 책임지는 우주단장을 역임했다.
이에 대해 이날 자리에 참석한 노경원 교과부 전략기술개발관은 “러시아와 맺은 2004년 계약과 2006년 맺은 기술보호협정 문서에는 애초부터 엔진 기술 주겠다는 조항이 없다”며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말 바꾸기를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노 전략기술개발관은 “나로호 계약을 (러시아와)할 때 우리측에서는 엔진기술 확보하겠다는 의지는 있었다”면서 “러시아와 계약할 당시 구체적인 협력 규모와 범위에 대한 부분이 없어서 계약 당사자들이 (자의적으로) 기술을 주겠구나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나로호 기술이전을 두고 계약 당사자인 한국과 러시아 간에 인식차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시인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우주개발 분야에서 관계했던 또 다른 전문가는 “2004년 당시 러시아와 계약에서 기술 이전 문제가 분명히 언급된 적이 있다”며 “한러간 계약이 체결된 직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공동설계를 하기 위해 러시아를 장기간 방문했다가 되돌아온 적이 있을 정도로 초기 나로호 사업 목표에서 액체로켓 엔진 기술 확보는 분명히 포함돼 있다”고 증언했다.
이 전문가는 “계속된 발사 연기와 목표 달성에 실패한 점을 덮기 위해 정부가 말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