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쥐고 흔들던 노키아가 바람 잘 날 없는 나무 신세가 됐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어 핀란드 본사 사옥까지 매각을 검토하고 있고, 스티븐 엘롭(Stephen Elop) 최고경영자(CEO)가 조만간 경질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3일(현지시각) 핀란드 현지 언론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노키아는 핀란드 에스포(Espoo)에 있는 본사 사옥을 매각하기로 했다. 노키아 대변인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사 사옥을 포함해 비핵심자산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키아 본사 사옥의 가치는 최대 3억유로(약 431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노키아는 사옥을 매각하더라도 임차 등의 방법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매각 결정 자체가 노키아에게는 큰 이미지 타격이다. 지난해 말 노키아가 본사를 미국으로 옮긴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스티븐 엘롭 CEO는 핀란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에스포는 노키아의 고향”이라며 “내가 CEO로 있는 동안 노키아 본사는 에스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에스포에 있을 때 우리는 소속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CEO가 직접 고향이라고 표현한 사옥을 팔아야 할 정도로 노키아의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이다.
앞서 노키아는 7월 전 세계 직원 1만명을 구조조정하고 자산 매각 등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본사 사옥 매각도 이 결정의 연장 선상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해결책이 노키아의 어려움을 풀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품 경쟁력을 높여서 매출을 올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인데, 노키아의 스마트폰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지난달 초 공개한 윈도폰 루미아 920은 노키아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평가받는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루미아 920은 공개되자마자 전문가들에게 혹평을 받아야 했다. 라몬 라마스 IDC 애널리스트는 “인상적인 기능이 있지만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평범한 평가를 내렸고,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스티븐 엘롭 CEO의 입지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루미아 920이 출시된 이후 오히려 노키아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며 윈도폰 출시를 주도한 스티븐 엘롭 CEO가 2013년 초에 경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엘롭 CEO는 2010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노키아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