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생산업체 하이모는 지난 2005년 중국 내 생산공장 일부를 미얀마로 이전했다. 미얀마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면 중국보다 생산원가를 더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이모는 올해 미얀마에 추가로 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군장 찬 군사정부의 독재가 마무리되고 경제 개혁을 외치는 민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얀마 경제가 빠르게 허물을 벗고 있다. 버마식 사회주의 체제에서 이뤄지던 폐쇄와 독점을 버리고 개방과 개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이 미얀마 진출에 대한 한국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24일 미얀마에 민관 합동 정보대표단을 파견해 한·미얀마 산업협력포럼을 열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우 윈 아웅(U Win Aung) 미얀마 상공회의소 회장은 미얀마의 투자 제도와 산업 현황을 소개하며 “한국이 미얀마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 ‘아시아 新 금광’으로 떠오른 미얀마

미얀마 시장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군사정부가 물러나고 새 민간 정부가 들어오면서부터다.

미얀마를 통제하던 군부는 지난 26년간 모든 산업 시설을 국유화하고 민간의 대외 무역을 금지해 왔는데, 새로 들어선 민주정부는 정부 독점 산업을 민영화하고 순차적으로 경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2월 선출된 테인 세인(Thein Sein) 대통령은 장기적인 경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할 미얀마 경제특구법도 발표했다.

영국 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분석기관 EIU에 따르면 올해 미얀마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개방·개혁 정책과 외국인 투자에 힘입어 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6년간의 군부 독재를 청산한 미얀마는 민주화에 성공하며 경제 개방·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웅크렸던 경제가 빠르게 몸을 풀고 있지만, 인프라 등 사회 간접 자본 시설은 미비해 미얀마는 ‘아시아의 신(新) 금광’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통신 사업 부문에서 미얀마에 진출한 문엔지니어링의 한창석 팀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이미 많은 투자를 했는데, 아직 열려 있지 않은 나라는 미얀마이기 때문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가 국방 부문에만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며 교육이나 의료, 인프라 등 사회 간접자본 시설은 크게 부족하다. 특히 지난 2005년 군부가 수도를 양곤에서 네피도로 이전하며 행정부 이전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수도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절단에 참가한 대우건설 관계자는 “도로와 항만 등 기본 인프라와 가스 개발, 플랜트, 발전소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수산물과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중국과 인도, 태국과 국경을 접한 지리적 이점도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최근 중국이 외국인 투자 기업에 규제를 강화하며 중국을 대체할 생산 기지로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미얀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호평받는 한국 제품, 국내 기업 진출 가속

미얀마의 변화에 맞춰 국내 기업도 미얀마 진출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미얀마 투자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미얀마 투자 금액(올해 4월 승인 기준)은 29억4000만달러로 미얀마 전체 투자의 7.2%(4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얀마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각국 기업이 미얀마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대우E&P가 미얀마 가스전에 투자한 것인데, 대우는 2000년 광구 개발권을 획득해 미얀마 북서부 해상에서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가스개발 사업 외에도 의류 봉제사업에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대우봉제와

신성통상##, 오팔, 미얀스타 등 60개사가 미얀마에서 사업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신발업체 에스콰이어와 써니상사가 투자를 시작했고, 합판을 생산하는 대우목재와 가구 업체 더원, 고무보트를 만드는 삼공, 생활용품 업체 UPI도 미얀마에 진출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 제품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제품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이 훨씬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트라는 미얀마에서 한국산 화장품과 패션 액세서리, 의약품 등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많아 이 분야 수출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미얀마 정부가 주요 수요처인 철강과 기계 제품도 한국산(産)이 호평받고 있다.

다만 인프라가 부족하고 여전히 미국 등 서방국의 경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투자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얀마 정부의 고질적인 외화 부족과 정책의 불투명성·예측 불가능성이 사업 진출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