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민영조선소인 롱성(熔盛)중공업은 이달 초 난징(南京)에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을 요청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선박 신규 수주가 끊기면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없이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롱성은 올 상반기 매출(54억6000위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다. 순이익(2억1600만위안)은 82% 이상 급감했다. 그나마 정부 보조금 6억7000만위안이 없었다면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일부에선 롱성이 조만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악의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중국·일본 3국(國) 조선업계에 거센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주요 선사(船社)가 몰려 있는 유럽 경제 위기 여파로 선박 신규 발주 물량이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3~4년 전 수주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라 3국 조선업계의 위기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국 조선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현재 한국·중국·일본 3국 가운데 조선업 구조조정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은 중국이다.

중국 언론들은 최근 2008년 3400여개에 달하던 중국 내 조선소가 현재 300여개로 줄었다고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 조선소를 중심으로 90% 이상의 조선소가 문을 닫은 것이다.

문 열고 있는 조선소도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중국계 언론은 중국 전체 조선소의 90% 가까이가 올 상반기에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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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중국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수주한 선박은 182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중국 최대 조선소 가운데 하나인 롱성이 어렵다면 다른 업체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을 무섭게 추격하던 중국의 쇠락은 무엇보다 선박 신규 발주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올 상반기 신규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가까이 급감했다. 중국 내 인건비가 상승하고 중소 업체 난립에 따른 품질 문제가 불거진 것도 주문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조선협회 관계자는 "한국·일본 조선업은 대기업 집중도가 90%를 넘는 반면, 중국은 40%에 그칠 정도로 중소기업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이 최종 생존할 가능성 높아"

일본 조선업계도 최근 10년 만에 생산설비 감축에 들어갔다. 수주 가뭄과 엔고 여파로 수익성은 악화했지만 생산 능력은 남아돌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대형 조선 4개사는 지난해 일본 내 총 건조량의 7%에 해당하는 120만GT(총톤수)의 건조 능력을 줄일 계획이다.

미쓰이조선은 연내에 생산 능력을 40% 삭감, 10년 전 수준까지 줄일 방침이다. 가와사키중공업도 LNG(액화천연가스)선 등을 건조하는 사카이데공장의 생산 능력을 30~40% 줄이기로 결정했다.

한국 조선업도 현재 막바지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경남 통영에 밀집한 중소 조선소 가운데 삼호조선 등 일부는 이미 문을 닫았고, 성동조선·신아SB 등은 유동성 압박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도 올 상반기에 순이익이 최고 70% 급감했지만, 해양 플랜트 시장의 호황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황이 얼마나 빨리 살아날지가 관건이지만, 한·중·일 조선 구조조정의 생존자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최광식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이제 막 구조조정이 시작된 단계이지만 한국은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진행된 상태라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볍다"면서 "한국과 중국은 서로 겹치는 선종이 많기 때문에 중국 중소업체가 문을 닫으면 한국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겹치는 선종이 많지 않은 데다가 일본은 더 이상 생산 능력을 키울 생각이 없다는 것도 한국에는 기회 요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