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연구원이 2차전지 음극재 물질을 시험·분석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정유 전문기업에서 종합 에너지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정유업체는 보통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각종 석유제품으로 정제해 판매하는 사업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정유사들은 종합 에너지기업을 표방하며 리튬이온 전지와 태양광 등 다양한 신사업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05년부터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해왔는데 최근 들어 이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보통 휴대폰·노트북PC에서 사용되지만, 용량을 크게 만들면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도 장착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09년 10월 독일 다임러그룹 계열 미쓰비시 후소사와 하이브리드 상용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고, 2010년 7월에는 현대자동차와도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기아자동차와는 올해 7월 전기차 개발과 보급 협력을 위한 업무 제휴를 맺고 2014년 출시될 차세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독일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콘티넨탈사와 전기차 배터리 공동개발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향후 5년간 2억7000만유로(약 4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기차 1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서산 배터리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S-Oil은 태양광 사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6월 2650억원을 투자해 한국실리콘의 지분 33.4%를 인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실리콘은 2010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고순도 폴리실리콘(태양전지의 주원료)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고, 올해 5월에는 연간 1만5000t의 폴리실리콘을 만들 수 있는 제2공장을 완공했다.

GS그룹의 에너지 지주회사인 GS에너지는 2차전지(외부 전원으로 충전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의 핵심소재인 음극재 사업에서 성과를 얻고 있다. 음극재는 양극재·전해질·분리막과 함께 2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양극제와 전해질의 국산화 비율이 각각 56.9%와 76.2%인 반면, 국산 음극재는 아직 국산 제품을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GS칼텍스 기술연구소는 2010년 국내 최초로 소프트 카본계 음극재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연료전지 역시 1989년 첫 개발을 시작한 후 20여년간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했다. 자회사 GS퓨얼셀은 대형건물·아파트 등에 활용 가능한 50㎾급 연료전지시스템과,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1㎾급 가정용 연료전지, 3㎾급 가정용 연료전지 열병합발전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윤활유의 기초원료인 윤활기유 분야에서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지난 4월 세계적 정유사인 쉘과 합작해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출범시킨 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의 대산공장에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윤활기유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밖에도 석유화학 원료를 이용한 프로필렌과 옥소알코올 생산에도 투자를 늘려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