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네딕트 지음 | 208쪽 | 1만7000원 | 부크온

"당신 회사는 보석 같은 회사가 분명합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게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있을까.

이 책은 연간 매출이 25만달러에 불과했던 'RC윌리'라는 가전 판매업체를 2억57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키워낸 빌 차일드의 경영법에 대한 이야기다. 또 이렇게 잘 키운 회사를 버핏이 최고 경영자(CEO)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인수하는 과정을 다룬 회고록이기도 하다.

빌은 1950년대 중반 장인으로부터 작은 가전 판매업체를 물려받았다. 옥수수 농장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가게였다. 그는 형 쉘든과 힘을 합쳐, 이 작은 가게를 미국 유타 주(州)에서 가장 큰 가전ㆍ가전 판매업체로 키웠다.

농장 구석에서 1층으로 시작한 가게는 어느덧 12층으로 증축됐고, 유타주 곳곳에 체인점도 생겼다. 1994년 말에는 회사의 연 매출액이 2억5000만달러를 넘어섰다. RC윌리는 유타 주 전체의 가구매출 가운데 50%와 가전제품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만큼 덩치가 커졌다.

◆ 농장 귀퉁이 가게를 유타 최대의 체인으로 성장시키기까지

빌은 분명한 원칙을 갖고, RC월리를 운영했다. 손님이 옳다고 느끼면 무조건 손님의 편에 서겠다는 것. 절대 고객을 이기려고 하지 말자는 것이 빌의 철학이었다.

그는 새로운 가구와 막 들여온 가전제품을 파는 것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긴단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신제품을 살 여유가 없는 손님들을 위해 중고제품을 취급했다. 심지어 손님들이 중고제품을 가지고 오면, 약간의 차액을 지불하고 신제품과 교환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유타 주 거주자 95% 이상이 모르몬교라는 점에 착안해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모르몬교는 미국 내 다른 기독교 종파보다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빌은 RC윌리의 직원과 고객 대부분이 일요일에는 신앙과 가족에만 헌신할 수 있도록 도왔다.

1970년대부터는 미국 가전ㆍ가전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제품보증기간을 늘려주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당시 일반 업체들은 제품을 구매하고 나서 90일에서 1년 사이에 고장이 나면 고쳐주는 제품보증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빌은 90일에서 1년 후 제품이 고장이 나도 제품보증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RC윌리는 자체적으로 연장보증 보험을 들고, 이미 제품보증 기간이 지난 제품들에 대해서도 1년에서 2년간 더 수리하거나 교체해줬다.

◆ 버핏은 왜 이 회사를 인수했을까?

빌의 고객중심 철학이 언론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알려지면서, RC윌리는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자’ 버핏의 시선을 끌었다. 버핏은 처음엔 빌이 그의 형과 함께 가족기업으로 RC윌리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열정을 높게 평가했다. 버핏이 인수를 처음 고려한 1994년 당시 이 회사는 유권주식수 1000주의 비상장기업이었다. 심지어 이 주식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지도 않았다. 40년 넘게 빌과 그의 형이 운영해왔기 때문에 팔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버핏은 가족경영 형태로 이 회사를 이렇게 크게 성공하게 한 빌의 경영수완을 높게 평가했다. 재무재표를 투자의 잣대로 삼는 것으로 유명한 버핏이 인수를 앞두고 RC윌리의 재무재표를 샅샅이 뒤져봤을 때, RC월리의 부채가 전혀 없었던 점도 빌과 이 회사에 대한 신뢰를 쌓는 근거가 됐다. 그는 이 회사를 "보석같은 회사"라며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다.

마침내 지난 1995년 버핏이 CEO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RC윌리를 인수했다. 빌이 은퇴를 원하는 시점이었다.

만약 현재 하는 사업이 잘 안 되거나, 보유하는 주식이 정말 좋은 주식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경영자의 경영전략을 통해 현재 '좋은 기업'으로 인정받는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자라면 경영자의 열정과 경영법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재무제표가 왜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정도(正道)를 지키며 사업을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이야기"라며 추천했다. 버핏 역시 이 책에 직접 추천사를 쓰며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