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되는 동반성장 논의는 우리나라 경제 불균형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이분법으로 본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동반성장 정책은 대·중소기업 간 이분법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켜나가는 관점에서 마련돼야 합니다.”

전현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0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최근 화두인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 모두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 논의가 기업 활동의 사기를 꺾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을 하도록 독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현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이 '한국경제인동우회' 창립 멤버들의 서명 앞에 섰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1990년 '한국경제인동우회'로 창립해 1998년 한국중견기업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하는 서비스 부문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앞두고 주목받았다. 동반위가 서비스 업종 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까지 규제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전현철 부회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금두 대표이사를 거쳐 중견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전현철 부회장은 “당초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논의 취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相生)’이었는데, 논의 과정에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며 “이렇게 되면 중견기업은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고,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중소기업은 정부 보호의 테두리에 안주하고자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반위는 지난해 9월 고추장·간장·된장과 막걸리, 재생타이어, 골판지상자 등 16개 품목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한 데 이어, 올해 일부 서비스 업종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앞두고 있다.

그는 간장과 고추장 등을 생산하는 샘표식품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샘표식품은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현재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나니 고추장과 간장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아니니 사업을 자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전현철 부회장은 “중소기업 영역을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사례가 다수 발생한다면 기업들은 성장 의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철 부회장은 “동반성장 정책으로 중소기업에서 성장한 중견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사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갈등이라는 이분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러한 견해는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확대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해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다소 모호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경제민주화 논의는 대기업의 순환출자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집단(재벌)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재벌 총수가 모회사의 지분 일부를 보유해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전현철 부회장은 “지배구조 내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정부가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그동안 한국 경제가 발전하며 형성된 재벌 구조를 경제민주화란 논리로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라는 명목으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내놓기보다 차세대 먹을거리와 성장 동력 확충에 힘을 쏟아 기업 활동을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일부 대기업에 우리나라 경제가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순차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 매출이 300조원인 대기업 하나보다 연 매출 1조원의 300개 중견기업이 있는 것이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를 더 튼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