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란산(産) 원유 수입 재개 방침을 국내 정유사에 전달했다. 정유사와 이란 간에 세부 조건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면, 다음 달엔 이란산 원유가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 제품을 수출하는 2900여개 국내 기업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13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이란 측의 원유 수출 관련 제안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정유사에 수입을 재개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란 정부는 유럽연합(EU)이 선박 관련 보험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국내 정유사의 원유 수입이 중단되자, 자국 유조선으로 원유를 실어주고, 선박 보험도 제공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제안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정부 측에서 구두로 이란 유조선의 입항 허가를 내주겠다고 알려왔다"며 "이란과 보험 적용과 관련한 구체적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란에서 우리나라까지 원유를 수송하는 데는 20일가량이 걸려, 협의가 빨리 마무리되면 8월 중 원유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란이 하루에 생산하는 원유는 280만~330만배럴.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한 이란산 원유는 모두 8718만배럴로 전체 생산량의 7~8% 수준이었다.
지난달 미국이 올해 이란산 원유 수입물량을 작년보다 10~20% 줄이는 조건으로 우리나라를 제재 예외 국가로 인정, 보험 문제만 해결되면 원유 도입에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도 이란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면서 "감축물량에 대한 수입은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수입물량을 크게 늘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제재 조치에 따라 지난해보다 물량을 줄여야 하는 데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정유사마다 가동률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올 5월까지 국내에 도입된 이란산 원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줄어든 2922만배럴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이후 정유사로선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가 커지는 실정"이라며 "제품 수요가 줄고 있어, 이란산 수입이 가능해지더라도 물량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소비자 가격을 내리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정유사나 기름 값보다는 수출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외교적 마찰을 무릅쓰고 수출 재개를 추진한 것도 수출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 수출하는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은 90% 이상이다.
☞이란 수출입 결제 방식
2010년 미국이 이란과 국제 금융 거래를 제한하자 이란 중앙은행은 한국의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원화 결제 계좌를 만들고 수출입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는 이 계좌에 원유 수입대금을 넣고, 이란에 제품을 수출한 국내 기업이 수출대금을 찾아쓰는 방식이다. 이란 중앙은행은 현지에서 국내 업체와 거래한 상대방들과 정산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