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만4000원에서 28만원으로.'

세계 1위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4월 11일 주가와 18일 현재 주식 가격이다. 2000년대 들어 고속성장 해 오던 현대중공업이 최근 고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신규 조선소 건설과 신성장 동력 진출, 대형 인수·합병(M&A) 등 추진하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요즘은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 반 토막 난 주가가 어려움을 말해 준다. 이달 들어선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되던 자회사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가 무기한 연기됐다.

업황 부진에 수주잔량 줄어

조선업계 세계 1위지만 업황부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선·해운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4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 잔량은 514만t(CGT 기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712만t),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644만t)에 이어 3위에 그쳤다. 현대삼호중업 등 계열사가 빠진 숫자이긴 하지만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래프의 작은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제작해 현재 호주 해상에서 시운전 중인 가스시추시설‘노스랜킨 2’플랫폼. /현대중공업 제공<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수주 부진은 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4월까지 누적 수주량은 50억3000만달러(6조원)로 올해 목표의 18%에 그쳤다"며 "조선과 해양사업부의 1분기 수주액은 13억달러에 불과해 올해 목표치를 맞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올 1분기 삼성과 대우는 일본계 자원개발업체인 인펙스로부터 대형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했지만, 현대중공업은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수주엔 성공하지 못했다.

업황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도 무산되면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발주가 줄며 선박 인도 시에 받는 잔금의 비중이 60% 수준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자재를 확보하기 위해선 조선소 자체 자금을 쓸 수밖에 없다. 염동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저가수주를 포기하면서 남아있는 수주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차입금 등으로 메워야 하는데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반기 이후 수주 개선 기대

상황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 전재천 연구원은 "연결매출 50조원이 나오는 기업에서 순차입금은 2조~3조원에 불과하다"며 "현대오일뱅크 상장으로 8000억~9000억원이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 정도는 자금 상황에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부진했던 수주는 지난주 3만5000t 규모의 대형 원유생산설비를 4억달러에 수주한 것을 비롯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18일 중동지역 발전소에 엔진을 수출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다른 사업부도 분발하고 있다. 허성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건설장비사업부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5.2% 증가했다"며 "선박 재료인 후판가격이 안정화되며 영업이익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GT(Compensated Gross Tonnage)

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선박의 종합적인 가치를 비교하기 위해 단순한 배 무게에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