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5번 출구로 쭉 뻗어 있는 다세대주택가. 곳곳에서 카페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주택 1층을 개조해 카페나 펍(Pub·대중선술집)을 만들기 위한 공사다. 동네주민 윤모씨(82)는 “30년간 조용했던 주택가에 하나둘씩 카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홍대 앞에서나 볼 법했던 옷 가게도 들어오고 카페는 벌써 5군데 정도 생겼다”고 말했다.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3번 출구 골목의 상황도 비슷하다. 경의선 복철 구간에 조성될 공원 길을 따라 카페나 맥주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인근 Y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조만간 카페나 액세서리 가게가 줄줄이 들어올 것”이라며 “임대 문의도 자주 들어오고 계약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동교동 한 다세대주택의 반지하가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최근 다세대주택의 1층과 반지하에 까페나 펍을 창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 “동교·연남동으로 홍대 상권 퍼진다”

동교동과 연남동 근처로 최근 급격히 커진 홍대 상권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상수역이나 합정역 쪽으로 뻗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동교동과 연남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개통된 공항철도와 12월 뚫릴 경의선 철도 복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본격적으로 역세권에 편입되면서 유동인구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늘었다. 근처 D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예전에도 홍대입구역과 가까워 역세권으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공항철도 출구 3개가 동교동과 연남동 주택 원룸촌 방향으로 뚫리면서 초 역세권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과 약 45분 만에 연결되면서 근처 게스트하우스 등지에 묵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도 상권 확대의 이유 중 하나다. 6월 이곳에 카페를 창업할 예정인 김모씨(37)는 “근방에 호텔이 여럿 생긴다고 하는데 관광객들이 나와 브런치와 음료수를 마시는 수요도 계산했다”며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휴양지 노천카페 느낌으로 인테리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교동과 연남동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은 최근 다세대주택 건물주들의 주택 용도변경 문의가 작년보다 30~40%가량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M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건물주에게 주택용도변경 비용을 건네고 임차인이 알아서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홍대 상권이 확산되고 있는 동교동 연남동 주변

◆ “권리금 없고 월세 싸서 좋아”

동교동에 3주 전 가게를 새로 오픈한 B 카페 주인은 “주택용도변경부터 일일이 따지느라 힘들긴 했지만, 권리금이 없고 월세도 비교적 저렴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인근 액세서리 가게주인도 “이곳은 아직 권리금이 없어 부담스럽지 않다”며 “홍대 메인거리 근처 가게를 정리하며 받은 권리금으로 새로 인테리어하고 가게를 열었다”고 말했다.

동교동과 연남동은 아직 본격적으로 카페나 액세서리 가게들이 들어서지 않아 비교적 임대료도 저렴한 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마포구 동교·연남동 지역 다세대 주택 1층에 점포를 냈을 때 월 임대료(99㎡ 기준)는 250만~320만원 수준. 임대보증금은 2700만~3200만원이다. 주택을 헐고 새로 점포를 지은 만큼 권리금은 없다. 반면 홍대 상권이 일찌감치 퍼져 나간 마포구 서교·상수동 지역 상가의 월 임대료(66㎡)는 280만~350만원 수준이다. 임대 보증금은 5000만~6000만원, 여기에 권리금이 1억3000만~1억5000만원가량 붙는다.

D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곳에 가게를 낸 주인들은 당장 현상유지만 해도 괜찮다는 계산이 있다”며 “권리금 없이 들어왔고 앞으로 상권이 발전하면 권리금이 꽤 생길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인근에 역세권 개발이 진행 중인 점이나 상권 확산 초기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확산 초기 상권의 경우 변수가 많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