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에 대한 유럽 보험사의 보험제공을 중단키로 한 시한(7월 1일)이 임박하면서 원유 수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이란 원유를 싣기 위해 출발하는 유조선의 경우 왕복 45일가량이 걸리기 때문에 이달 말부터는 원유 수입이 안 된다. 이란에서 바로 원유를 싣고 한국으로 이동하는 것도 다음달 초까지만 가능하다. 그 이후부터는 이란산 원유수입이 완전히 중단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보험중단 유예 조치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①이란산 원유 수입 대체 가능한가

작년 수입한 이란산 원유는 8718만배럴. 전체 원유 수입량의 9.4% 선이다. 4개 정유사 중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 두 곳에서 이란산을 수입 중이다. 두 회사 수입량 중 이란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SK에너지가 10%, 현대오일뱅크가 20% 수준이다. 양사는 "그동안 이란산 원유 사용량을 조금씩 줄여왔고, 카타르·사우디 등 다른 산유국들과 공급량을 늘려달라는 협의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큰 수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설사 수급 차질을 빚을 경우에도 싱가포르 현물시장 등 국제 석유거래 시장에서 대리상을 통해 원유를 사는 스팟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어, 수급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②기름값 얼마나 오르나

금융당국 보고서는 이란산 원유수입이 전면 중단되면 국내 유가가 10~20%가량 비싸져 휘발유의 경우 리터(L)당 200원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산 원유가 다른 산유국 원유보다 3~4달러가량 싸기 때문에 수입이 막히면 국내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유업계나 지경부 등에선 "보고서가 약간 과장됐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석유시장이 4개사 과점체제인 상황에서 수입이 막혔다고 양사가 기름값을 바로 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유가는 국제 유가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에 따른 국제 유가의 변동을 지켜봐야 한다. 정유업계는 "워낙 변수가 많아 현재로선 유가 전망이 어렵다"고 말한다.

이란산 원유수입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10% 정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국내유가는 통상 리터당 70원가량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③이란과 거래 중소기업 도산하나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미국 요구로 이란과 금융거래를 중단했다. 그 대신 국내 정유사들이 이란에 지급할 원유수입 대금을 우리·기업은행에 개설된 계좌에 넣어주고, 우리 수출기업들이 이란에서 받을 대금을 그 계좌에서 꺼내 사용 중이다. 변형된 '물물교환' 방식의 거래다. 현재 이 계좌에 2조원이 남아 있다고 한다. 지난해 이란 수출은 6조원대. 원유수입이 중단되면 남은 돈으론 서너 달밖에 버티지 못해 일부 중소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만 유조선 보험 가능…중단되면 이란 원유 수입 못해

EU의 목표는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 이란의 돈줄인 원유 수출을 틀어막기 위한 조치가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는 유조선에 대한 보험 전면중단이다.

200만배럴의 원유를 수송하는 초대형 유조선(VLCC)은 통상 13억5000만달러의 보험이 필요하다. 문제는 초대형 보험을 감당할 수 있는 보험·재보험 회사는 세계 1위인 뮌헨리(독일 재보험회사) 등 유럽계 5곳,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등 미국계 3곳이 전부라는 점. 미국은 이미 이란과의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유럽계가 '7월 1일부터 이란산 원유와 관련된 보험은 유효하지 않다'는 결정을 강행하면 해상 수송을 통한 이란의 원유 수출은 올스톱된다.

정부, 일본 정부의 협상력에 기대는 상황

EU는 지난 1월 23일 이 같은 이란 원유 수송에 대한 보험 제재를 결정했다. 정부는 그동안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한국은 예외로 해 달라"며 EU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정부는 같은 처지인 일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은 G7(주요 7개국) 회원국이어서 이란 제재 강경파인 프랑스 등과의 대화 채널이 우리나라보다 강하다. 일본은 유조선의 세 가지 보험 가운데 화물·선박 보험은 중단하더라도, 가장 금액이 큰 사고배상책임보험은 중단을 유보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일본은 다음 달 중순 개최되는 EU 외무장관회의에서 이 요청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상을 진행 중이다. EU의 입장이 강경해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