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셰일가스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셰일가스 시추가 늘어나면서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선 평소 1MMBTU당 2~3달러 하던 천연가스 가격이 1달러대로 내려가기도 했다. 셰일가스란 오랜 세월동안 진흙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퇴적암(셰일)층에 있는 가스를 말한다.

◇세계 각국 정부 셰일가스에 초미의 관심

미국이 개발에 나서자, 세계 각국도 관심을 쏟고 있다. 셰일가스를 석유 이 외의 값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셰일가스의 화학적 성질은 기존 가스와 같다. 기존의 가스는 셰일층에서 만들어져 지표면으로 올라간 것이지만, 셰일가스는 암석층에 막혀 이동하지 못한 채 갇혀 있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미국의 한 셰일가스전에서 엔지니어들이 시추관을 점검하고 있다. /corbis

셰일가스는 채굴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외면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물과 모래, 화학약품을 섞은 혼합액을 고압으로 분사하는 수압파쇄법 등이 상용화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셰일가스 붐은 기술력과 자본력에서 앞선 미국이 이끌고 있다. 셰일가스 생산이 늘면서 미국은 2009년 이후 러시아를 제치고 천연가스 세계 1위 생산국에 올라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올해 연두교서에서 "미국은 100년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가스자원이 있다"며 "셰일가스를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이 2035년엔 2010년보다 3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 이어 다른 나라들도 셰일가스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04년 셰일가스와 관련된 지질 조사를 시작했으며, 2015년까지 천연가스 공급 비율을 지금의 두 배 수준인 8%까지 늘릴 예정이다. 대규모 셰일가스층이 있는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도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민관 합동 셰일가스 전담 조직을 만들고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

◇기업투자 몰려

세계 정유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의 엑손모빌은 2009년 가스기업인 XTO를 360억달러(42조원)에 인수했으며, 프랑스의 토탈은 올해 미국 오하이오주의 우티카셰일 지대 지분 25%를 23억달러에 사들였다. 시노펙·중국해양석유총공사 등의 중국 기업들은 뒤떨어진 채굴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기업 인수와 합작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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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가스공사는 미국 에너지 유통업체와 2017년부터 20년 동안 연간 350만t의 가스를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지난 15일엔 일본의 미쓰비시, 중국의 페트로차이나, 셸 캐나다와 공동으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셰일가스를 액화시켜 도입하는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국내 가스 가격은 내려갈까?

국내 소비자들에겐 셰일가스 개발이 국내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중동산 LNG 가격은 1MMBTU당 15달러다. 배럴로 따지면 87달러 수준이다. 이 때문에 1MM BTU당 2~3달러 수준인 미국산 천연가스가 국내에 수입되면 중동산 가스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없지 않다.

하지만, 당분간 그 같은 효과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도입 시점이 아직 멀었다. 셰일가스 개발이 가장 앞선 미국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8개의 LNG 프로젝트에서 생산할 물량은 연간 최대 9000만t. 생산시기는 빨라야 2015년이다.

미국산 셰일가스를 도입하더라도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천연가스 상태에선 싸기는 하지만 기체 상태인 가스를 액화하는 비용과 수송비, 액화 때 쓰는 전기료와 손실 등을 포함하면 1MMBTU당 7달러 정도가 추가로 든다"고 말했다. 따라서 셰일가스의 국내 수입 가격은 1MMBTU당 11~12달러가 될 전망이다. 중동산 LNG 가격과의 차이는 2~3달러에 불과한 것이다.

셰일가스에서 부산물로 10% 이상 얻어지는 LPG(액화석유가스)도 2014년 이전엔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LPG를 수출하는 두 회사는 오는 2014년까지 공급 계약이 다 찬 상태여서 한국은 수입할 수 없다. 따라서 2014년까지는 LPG 가격에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2014년 이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파나마 운하가 개통돼 운송기간이 현행 50일에서 30일로 줄어들면 운임 가격이 떨어져 미국산 LPG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염동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셰일가스에서 얻어진 LN G·LPG를 도입하더라도 가격 인하 효과보다는 수입선 다변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셰일가스(shale gas)

오랜 세월 모래·진흙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암석의 미세한 틈새에 넓게 분포돼 있는 가스. 난방·발전용으로 쓰이는 메탄 70~90%, 석유화학 원료인 에탄 5%, LPG 제조에 쓰이는 콘덴세이트 5~25%로 구성돼 화학적 성질은 기존 가스와 동일하다.

☞MMBTU(Million British The rmal Unitㆍ100만 영국열량단위)

1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 1BTU는 0.252kcal다. 천연가스·LNG 등에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