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질주하던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1위이자 미국 3위의 광고주인 제너럴모터스(GM)가 15일(현지시각) "광고 효과가 별로 없다"며 올해 쓸 예정이던 1000만달러(116억원)의 광고를 취소한다고 밝힌 것이다. 오는 18일 미국 나스닥 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페이스북으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 9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어 효과적인 광고수단으로 꼽혔다. 페이스북 광고는 화면 오른쪽에 광고비를 낸 기업이나 단체의 게시물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정 지역이나 사용자층을 대상으로 타깃 광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페이스북의 매력이었다. GM도 작년 페이스북에 자동차 광고를 실으면서 1000만달러를 썼다. 하지만 GM의 조엘 이와닉(Ewanick) 마케팅 총괄임원은 "페이스북 광고는 값만 비싸지, 그만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는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GM만 그런 게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거액의 광고비를 내는 광고주들이 점점 페이스북 광고 효과를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올 1분기 광고 매출은 8억7000만달러(1조원)로 작년 4분기보다 8% 감소했다.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페이스북 광고비가 점점 비싸지는 것도 이런 움직임에 한몫하고 있다. 광고대행사 TBG디지털은 "올 1분기 페이스북 광고비는 작년 4분기보다 23% 올랐고, 특히 1000명 이상에게 보여주는 광고 요금은 41% 올랐다"고 밝혔다.

이렇게 광고비는 오르지만 그 효과를 검증할 길은 막혀 있다는 게 광고주들의 불만이다.

페이스북에 100만달러(11억6500만원)를 내면 회사 광고가 PC나 스마트폰 화면에 1억2500만번 노출된다. 같은 돈으로 뉴욕타임스 신문에 전면 컬러 광고 10번을 싣거나 인기 TV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에 30초 광고 2번을 내보낼 수도 있다. 마이클 스프레이그(Sprague) 기아차 북미법인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페이스북에 광고비를 내고 무엇을 얻는지 의문이며, 페이스북 광고를 본 소비자가 과연 새 차 구입에 나서는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화면에 나타나는 광고를 제대로 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AP통신과 CNBC방송이 미국인 1004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83%는 "페이스북 광고를 전혀 클릭하지 않았거나 거의 클릭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15일 보도했다. 화면에 나타난 광고를 클릭해야 자세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데, 사용자들이 귀찮은 방해물로 생각하고 그냥 넘겨버리면 광고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페이스북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는 '새로운 것(new things)이 등장하면 사라질 것'이라는 응답(46%)이 '장기적으로도 성공할 것'이란 대답(43%)보다 많았다.

GM의 광고 중단이 당장 페이스북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작년 페이스북 매출 37억달러(4조3200억원)를 감안하면 미미한 비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설팅회사 비포탈 리서치 그룹은 "GM의 광고 취소 결정은 페이스북의 성장 전략에 금이 가는 첫 사례"라며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인 위험성이 부각됐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은 GM의 결정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8일 증시에서 첫 거래가 시작되는 페이스북 기업가치는 1040억달러(121조원)로 추산된다. 맥도날드(923억달러), 씨티그룹(825억달러), 월트디즈니(807억달러)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셈이어서 '거품 논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