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신형 싼타페는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주요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주인과 차량과의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원격시동, 공조제어(에어컨·히터 등), 도어 개폐, 주차확인 등이 가능하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있는 '장안휴게소' 울산방면에서 찍은 신형 싼타페의 모습

사고로 에어백이 작동하거나 차량이 도난됐을 경우 자동으로 ‘블루센터’에 접수돼 119나 경찰서에 신고된다. 특히 필요하다면 차를 추적하거나 속도를 줄일 수 있고 심지어 시동을 걸리지 않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서비스는 공짜가 아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가입사항으로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 구매고객에게는 2년 동안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형 싼타페는 2005년 싼타페 출시 이후 7년 만에 새로 선보인 3세대 모델이다. 싼타페는 2000년 첫 출시 후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250만여 대가 판매된 한국 대표 SUV다. 2008년부터 프로젝트명 'DM'으로 연구개발을 시작한 신형 '싼타페'는 4년4개월여의 연구기간 동안 총 4300억원을 투입해 탄생했다.

신형 싼타페 계기반, 스티어링휠(운전대), 스마트키의 모습

◆ 맛집까지 찾아주는 똑똑한 ‘싼타페’…“이미 미국서는 17년 전 기술”

신형 싼타페를 몰고 부산 해운대에서 출발해 부산-울산고속도로를 이용해 울산광역시를 다녀오는 총 120km 구간을 타봤다.

시승에 앞서 가장 궁금했던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블루링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약 70m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우선 ‘시동ON’을 누르고 에어컨을 켜고 온도를 18도로 맞췄다. 한 5~6초쯤 지났을까? 차량에 ‘요청대로 시행되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실제로 차량을 타보니 차 안은 에어컨 덕분에 이미 시원했다. 이 기능은 여름이나 겨울에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블루센터에 접속해봤다. 한 여성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기자는 “부산 해운대에 맛집을 찾아주세요”라고 요청했다. 한 10~15초 지났을까? 상담원은 “○○횟집과 ◇◇국밥집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횟집을 선택하겠다는 말을 하자 상담원은 “네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우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실제 내비에는 ○○횟집의 경로정보가 표시됐다.

블루링크는 신형 싼타페의 상품성을 높이는 경쟁력있는 서비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기술은 이미 지난 1996년 미국 GM이 모토라드와 합작해 설립한 ‘온스타(On-Star)’를 통해 상용화 된 바 있다. 온스타는 총 45종 이상의 GM 차량에 적용되며 미국과 캐나다, 중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2011년에는 포드, 도요타, 크라이슬러 등의 차량에도 제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GM의 쉐보레 브랜드는 아이폰을 통해 '온스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아이폰을 통해 차량내 온도를 설정하는 모습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사실 블루링크 서비스는 GM 온스타와 거의 똑같은 기술로 1세대 텔레매틱스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통신사나 IT기업과의 합작·제휴를 통해 콜센터가 아닌 인공지능 기능을 추가한 2세대 서비스를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만약 신형 싼타페에 아이폰 시리와 같이 음성인식과 인공지능이 적용된 2세대 텔레매틱스가 적용됐다면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주목할 만한 기술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콜센터를 통해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17년 전의 기술을 가지고 신기술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신형 싼타페의 주행모습

특히 2세대 텔레매틱스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연어처리 등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대차가 구현하기에는 아직 먼 얘기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세단만큼 놀라운 ‘정숙성’…“도심 연비는 떨어져”

이날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신형 싼타페 2.2L 디젤엔진 모델(4륜 구동)이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았다. 생각보다 빠른 반응에 놀랐다. 어느덧 시속 100km를 넘어서고 있다. 이후 계기반에는 시속 120km를 지나치고 있지만, 국내 법규상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속도가 높아지자 큰 덩치 때문인지 바람소리로 인해 옆사람과 대화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신형 싼타페는 골프백 4개 이상이 들어갈 만큼 트렁크 공간이 넓었다.

신형 싼타페는 고속도로 나들목이나 국도의 잦은 커브 구간에서 선회 가속 시 4륜구동의 구동력 배분과 차체자세제어시스템(VDC)을 동시에 제어하는 ‘구동선회제어장치(ATCC)’가 적용됐다. 그 결과 코너가 많은 달맞이 고개 등에서 덩치가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임에도 4륜구동답게 지면에 잡고 돌듯 날카로운 선회능력을 보여줬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여성운전자가 사용하기에도 편리할 만큼 가벼웠다. 하지만 고속상황에 접어들자 운전대가 무거워지면서 안전감을 높였다.

또한 신형 싼타페는 ‘가족과 함께 타는 패밀리카’라는 관점에서 개발돼, 뒷좌석(2열) 탑승자를 위한 세심히 배려가 엿보였다. 1열(앞좌석)과 2열 모두 열선시트가 적용됐으며, 시트를 최대 12방향으로 조절 가능해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뒷좌석에 타봤을 때 발을 꼬고 탈 수 있을 만큼 공간이 충분했다.

신형 싼타페의 정면 모습

이 차량은 2.2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화로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4.5kg·m의 동력성능을 자랑한다. 공인연비는 L당 14.2km(4륜구동) 수준이다.

이날 신형 싼타페의 실연비는 우선 차가 막히는 도심구간에서 L당 11.3km까지 떨어졌다. 반면 고속구간에서는 15.km까지 연비효율이 좋아지면서 공인연비를 뛰었넘기도 했다. 또한 연비를 고려하지 않고 에어컨을 켜둔 상태에서 급가속과 급정지를 반복했을 때는 L당 7.8km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 신형 싼타페 ‘경쟁력’ 충분…“현대차 옵션 신공 될까? 가격이 ‘핵심’”

신형 싼타페는 역동적인 디자인과 동력성능 등으로 상품성이 높은 차량이다. 하지만 이전 모델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별다른 장점이 없다.

신형 싼타페 실내인테리어 모습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의 지난 20일 차량을 출시해 놓고도 28일 현재까지 가격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출시행사 당일 2.0L 모델이 최저 2800만원대에서 최고 3400만원대로 책정될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가격 역시 기존 싼타페(2705만~3343만원) 보다 약 57만~95만원 비싸진 금액이다.

현대차는 연식을 변경하거나 신차를 내놓으면서 차값을 크게 높여왔다. 예를들어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 ‘쏘나타’의 가격을 살펴보면 2.0L 기본형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매년 가격을 38만~294만원씩 올렸다. 그 결과 2012년식 쏘나타는 2000년식(1482만원)에 비해 약 50%(728만원) 비싼 2210만원네 책정됐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신형 싼타페 변속기,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도어 안쪽 마감재, 차량 전조등

한편 현대차가 싼타페 가격을 결정하지 못한데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정부 물가당국이 현대차의 가격인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국내시장의 75%에 이르는 점유율을 무기로 신차를 발표할 때는 물론 해마다 연식변경이라는 구실로 가격을 지나치게 올려 물가불안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와 신형 싼타페의 가격 등 현대 기아차의 가격결정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신형 싼타페의 가격을 얼마로 정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