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업체가 해양플랜트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고유가 여파 속에서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으로 늘어난 반면 해운 경기 침체 탓으로 선박 수주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조선중공업 3사의 수주 규모는 96억달러(11조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원유나 가스를 탐사·시추하거나 생산·저장·처리하는 해양플랜트 수주 규모가 68억달러로 전체의 70%를 웃돌았다. 작년 빅3 전체 수주액 494억달러 가운데 55%를 차지했던 플랜트 부문의 비중이 올 들어 더 확대된 것이다. 작년까지 조선 비중이 더 컸던 대우조선해양도 올 들어서는 플랜트 부문 수주를 크게 늘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8일 일본계 자원개발업체인 인펙스(Inpex)가 발주한 20억달러 규모의 대형 해양원유 생산저장시설(FPSO) 1기를 수주하며 1분기 전체수주의 62%인 22억달러를 플랜트 부문에서 올렸다. 이 설비는 2016년 4월 인도가 되면 호주 익시스(Ichthys) 광구에서 운용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1월 인펙스로부터 27억달러 규모의 해양가스처리설비(CPF)를 수주하며 1분기 해양플랜트 수주액이 43억달러에 달했다.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 회그LNG로부터 3억달러 규모의 LNG 저장·처리 설비(LNG-FSRU)를 수주했다.

사업영역도 원유를 탐사·시추하는 드릴십(Drill ship)에서 원유 생산·저장·처리 설비로 확대되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추를 끝내고 2015~2017년쯤부터 생산을 시작할 광구들이 많다"며 "건조 일정을 고려했을 때 내년까지 해양생산 설비에 대한 주문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님비 현상 탓에 과거엔 주로 육상에 짓던 처리 설비가 점차 바다로 옮겨가는 것도 시장 전망을 밝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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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가 아직 L자형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조선 부문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3도 올 들어선 LNG선 등 일부 특수선에서만 수주가 발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선사들이 보유 중인 선박도 묶어두는 실정이라 신규 발주는 당분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업체들이 플랜트에 집중하면서 선박용 철강재인 후판(厚板) 가격을 둘러싸고 조선과 철강업계 사이엔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선박 수주가 폭증하며 후판 물량이 달릴 땐 철강업체들이 '갑(甲)'의 자리에 있었지만, 선박 수주가 부진하자 상황이 바뀐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비슷한 크기의 유조선과 드릴십을 비교하면 가격은 드릴십이 5배가량 비싸지만 들어가는 후판의 양은 절반에 불과하다"며 "작년, 재작년에 수주했던 플랜트의 건조가 시작되면서 과거와 달리 올해는 후판 사용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