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어려울수록 여성들의 미니스커트가 짧아진다고 했다. 미니스커트를 입기 위해 화장품도 사고 가방도 사야 한다. 덕분에 화장품 산업과 명품 산업은 불황을 모른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심'(女心)을 사로잡는 화장품 업종의 주가와 명품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화장품과 명품은 경기를 타지 않는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은 제품군이 다양해 여러 가지 가격정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 산업 역시 구매층이 확실해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지부진한 주식시장‥화장품 주가는 올라

3월 들어 코스피지수는 0.8% 내렸다. 외국인 매수가 줄어들며 주가가 정체상태다. 반면 화장품 업종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가장 크게 오른 종목은 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다. 3월 들어 주가가 22.4% 올랐다. 지난 2011년 매출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고 올해 출시한 신제품 판매도 호조를 보이며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22일 신제품 '나이트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이 출시 2개월 만에 판매량이 22만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업종 대표주인 아모레퍼시픽은 15.0%, LG생활건강은 12.5%, 마스크팩 전문 생산업체인 제닉은 15.4%, 화장품 OEM(주문자생산방식)업체인 코스맥스는 10.6% 주가가 올랐다.

실제로 화장품 산업은 경기의 등락이 컸던 지난 2007년부터 2011년도까지 매년 10% 이상의 성장성을 보여왔다. 특히 금융위기로 환율이 상승했던 2008년부터는 외국 업체의 화장품 가격이 상승한 덕에 화장품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올라 국내 화장품 업체의 가격 역시 오를 수 있었다.

이런 산업 성장성으로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화장품 산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대기업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색조화장품 전문업체 비디비치 인수설이 돌았던 지난 9일 주가가 7% 이상 올랐다.

럭셔리 펀드 "저는 잘나가요"

명품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가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테마펀드 중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의 집계를 보면(29일 기준) 럭셔리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8.8%로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11%), 해외주식형 펀드(11.5%)보다 높았다. 테마펀드 가운데서는 19.1%의 수익률을 낸 금융펀드(국내)에 이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재 나와있는 럭셔리 펀드는 4개이다. 이중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펀드는 '한국투자럭셔리증권투자신탁 1(주식)(A)'로 연초 이후 20.3% 수익률을 내고 있다. '우리Global Luxury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 A 1'은 20.2%, 4개 펀드 중 운용 설정액이 133억원으로 가장 큰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자A[주식]' 펀드는 18.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망은 좋지만 테마성 투자는 위험

전문가들은 화장품, 명품과 같은 사치재에 대한 투자전망이 밝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구도가 심화되고 있고 일부 유행도 타고 있어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TB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불황에도 저가브랜드를 중심으로 화장품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화장품 산업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수익성을 지키는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 김보나 연구원은 "미국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럭셔리 펀드의 수익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테마 펀드의 경우 민감하고 급격하게 움직이는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가진 돈을 몰아서 투자하는 것보다는 일부 보완투자처로 삼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