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과 삼성전자 주가가 미국과 한국 증시에서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닮은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증시에서 두 기업의 무게감이 날로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똑같이 등장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최근 '애플 주가는 비이성적인가?'라는 기사에서 "애플의 실적이 약간만 둔화돼도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플, 삼성전자 닮은꼴 독주
애플의 주가는 지난해 83%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50%(3월 23일 기준)가 올랐다. 시가총액은 5650억달러(642조원)로 S&P500의 4.5%를 차지한다. 올해 늘어난 시가총액만 183억달러로 존슨앤존슨의 시가총액과 비슷하다. 올해 S&P500 지수 상승분의 10%는 애플이 올려줬다. 나스닥100 지수 상승에 대한 기여도는 39%에 달한다.
삼성전자도 비슷하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11% 하락했지만, 삼성전자는 11% 상승했다. 올해 들어선 24% 올라 주가가 130만원 선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8일 현재 192조원으로 코스피의 18%를 차지한다. 올해 늘어난 시가총액만 40조원으로 현대자동차(51조원)의 80% 수준에 달한다.
주가가 실제 가치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를 보여주는 PER(주가수익비율·작년 실적 기준)은 두 종목 다 시장 평균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애플의 PER은 22배로 미국 시장평균(14배)보다 높고, 삼성전자 PER도 15배 수준으로 코스피 평균(12배)보다 높다.
◇비이성적 과열? 주가 급락 우려
두 기업의 주가 급등세는 실적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올해 수익이 작년보다 각각 51%, 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지금 주가가 크게 비싼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투매 현상이 일어나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글로벌 펀드들이 애플 투자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고 있다"며 "애플의 실적이 기대보다 조금이라도 뒤처질 경우 주가는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이성적 과열'의 저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애플에 대한 감정적인 집착과 거친 열광은 거품을 연상시킨다. 아직 거품 플레이가 끝나지 않았으니 동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 같으면 애플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삼성전자 편입 비중은 작년 8월 7.1%였지만, 지난 1월 13.7%까지 늘었다. 자문형랩도 작년 말부터 삼성전자를 쓸어 담아 최근 주요 대형 자문사들이 20%까지 비중을 확대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주가가 꼭지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IT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고 경쟁사들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면서 "기대감이 크게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오면 대량 매물이 나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