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결혼한 톱스타 A는 요즘도 협찬 결혼식의 '전설'로 불린다. 무료로 고가(高價)의 수입 웨딩드레스를 받는 건 기본이고, 웨딩드레스를 입어주는 조건으로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따로 받았다는 게 업계의 증언이다. 결혼식에선 수억원대의 보석을 무료로 착용했고, 남편은 예복 정장은 물론, 넥타이·구두까지 수백만원짜리 미국·이태리 명품을 협찬받았다. 부부가 스튜디오 촬영과 폐백 때 입었던 한복도 협찬이었다. 두 사람이 입은 것만 공짜로 받은 게 아니라, 양가 식구 4~5명 몫도 무료로 받아냈다고 한다. 한벌에 200만원이 넘는 제품이니 한복 값만 1000만원어치를 협찬받은 셈이다. 신혼여행 떠날 때 입었던 겉옷, 청바지, 손에 든 가방도 협찬 상품이었다. 한 스타일리스트는 "일반인들은 결혼식 때문에 빚까지 내가며 돈을 쓰는데, A는 오히려 결혼식 한 번 올리고 수천만원을 덤으로 챙겼다"고 했다.

일부 연예인 결혼식은 거칠게 표현하면 일종의 '공짜 잔치'다. 이들은 남들의 이목을 생각해 특급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수입 디자이너 브랜드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수억원에 이르는 수제 웨딩카를 타고, 수천만원가량을 들여 외국 휴양지에 있는 초특급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긴다. 소비자들은 이들 연예인이 택한 결혼식장·드레스·미용실·촬영 스튜디오·신혼 여행지를 따라가며 돈을 쓰지만, 실제로 많은 연예인은 협찬을 받은 덕에 돈을 내지 않거나, 50~70%씩 할인을 받고, 심지어는 언론에 노출한 대가로 현금을 따로 챙기기도 한다.

◇웨딩드레스부터 신혼집 인테리어까지…'공짜'로 잔치하는 연예인들

지난 3월 결혼한 방송인 B는 1억원을 호가한다는 수입 드레스를 입고, 외국에서 수작업해서 공수했다는 수천만원짜리 왕관(티아라)을 쓰고 식장에 서서 화제를 모았다. 역시 모두 협찬으로, 70%가량 대폭 할인을 받아 빌린 것이다. 결혼식 직전엔 스튜디오에서 기념촬영을 무료로 한 대가로 사진을 모두 인터넷에 노출했다. 결혼식 직전엔 결혼 컨설팅 업체 이름이 잔뜩 박힌 벽에 서서 기자회견도 했다. 협찬을 도와준 컨설팅 회사를 위해 업체 이름을 자연스럽게 홍보해주는 것이다. 한 홍보대행사 대표는 "연예인들이 공짜로 결혼한다는 건 이미 구문(舊聞)"이라며 "요즘엔 아예 우리가 ○○○ 결혼할 때 제품을 협찬했다고 보도자료를 뿌리는 회사도 많다"고 했다.

특급 호텔 측에선 "우리는 연예인이라고 식장 대여비나 밥값을 할인해주진 않는다"고 하지만, 이들이 인기 연예인에게 수천만원짜리 호화 꽃 장식, 최고급 와인 비용을 아예 안 받거나 크게 깎아준다는 건 업계에선 이미 '알려진 비밀'이다.

협찬은 결혼식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이들 연예인 덕에 홍보가 잘됐다고 판단되면, 컨설팅 업체에선 신혼여행도 공짜로 보내준다고 한다. 한 마케팅 회사 관계자는 "여행사에선 연예인을 인기도에 따라 17개 등급으로 나눠 급수를 매긴다. 급수에 따라 여행 경비 일체를 지원하거나 깎아준다. 지명도가 높은 연예인일수록 아파트 인테리어 협찬, 아기를 낳았을 땐 산부인과 비용 협찬까지 따라붙는다"고 했다.

업계에선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은 연예인일수록 협찬에 열광한다"고도 말한다. 일부 B급 탤런트·개그맨·스포츠 스타는 업체에 대고 "내가 입고 쓰면 다 홍보가 되는데 왜 공짜로 안 해주냐"고 생떼를 부리기도 한다고. 신혼집 꾸밀 때 벽지·바닥재는 물론 창틀·변기·싱크대까지 공짜로 받아내려는 이들도 종종 있다.

◇연예인 행태 역이용하는 업체…소비자에게 비용 전가

전문가들은 업체가 이런 연예인들의 행태를 계속 받아주는 것은 물론, 역이용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책임연구원은 "과시욕과 모방 심리를 이용한 상술"이라며 "연예인 협찬 결혼식은 혼수·결혼 비용을 거품처럼 키우고, 그 비용은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