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발효… 농업 4.0시대] "농업보조금, 관청 들락거리는 특권층에 집중… 농업으로 승부보겠다는 농민은 혜택 못받아"

조선일보
  • 박유연 기자
    입력 2012.03.16 02:59

    박준영 전남도지사

    "농업 보조금을 누가 타는 줄 아세요. 경쟁력 있는 농민이요? 천만에요. 군청 문턱 닳도록 드나들면서 로비하는 농민들이 다 가져가요."

    지난달 28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앞으로 어느 도지사를 당에서 제명해 달라는 공문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대상자는 박준영<사진> 전남도지사였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에서, 그것도 주요 지지세력 중 하나인 농민들로부터 박 지사가 비토(반대)당한 것은 그의 보조금 정책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농업 보조금을 잇따라 없애고 있다. 대신 그 재원을 장기 저리 융자로 전환하고 있다. 보다 많은 농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전남 무안 전남도청 집무실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농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사람은 시청이나 군청에 갈 시간이 없어 보조금을 못 받는다"며 "소수 '특권층'에 보조금이 집중 배정되는 심각한 불공정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지사는 농로, 배수로, 저수시설 등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시설을 만들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개별 농민에 대한 지원은 모두 장기 저리 융자로 전환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이자율이 낮아도 갚아야 할 돈이라면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며 "시설 건설, 주택 개량 등 다양한 목적의 융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농촌도 살맛 나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000억원을 보조금으로 준다면 일회성으로 끝나버리지만 같은 돈을 장기 저리 융자로 지원하면 계속 상환액이 들어오면서 이를 다시 농민 지원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사람에게는 담보가 없어도 돈을 빌려줘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부실 대출 문제가 나올 수 있지만 보조금으로 한 번 줘버리고 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보조금을 아껴서 농촌 환경 개선에도 돌릴 예정이에요. 좋은 학교를 지어 농민들의 자녀 교육 걱정을 덜어주는 식이죠. 무엇이 진정 농민을 위하는 길일까요? 한미 FTA 발효를 맞아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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