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산업협회(인산협)가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려면 대체 수단을 내놓으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가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을 개정·시행하기 전에 하위법령을 마련할 때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인산협은 "8월 18일부터 시행될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전체 산업군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은 채 국회 통과가 너무 촉박하게 이뤄졌다"면서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14일 밝혔다.

인산협은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인터넷기업들이 준수해야 하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정보통신망법), 성인인증(청소년보호법 등), 연령확인(게임법 등) 등에 대해서 마땅한 대체수단 없이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만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발행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명확한 대체수단 없어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금지될 경우 많은 사업자를 법률위반자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산협은 정부가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으로 아이핀을 강조하지만 아이핀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아이핀 발급기관에 대한 해킹 우려와 함께 해킹을 당하면 한 곳에 집적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문제점이 제기됐다고 인산협은 주장했다.

게다가 지난 5년간 아이핀 이용률이 전체 인터넷 이용인구의 10%도 안돼 실패한 인증수단으로 인증된 상황에서 이를 의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인산협은 또 개정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이용자 스스로 주민등록번호를 선택해 회원에 가입하는 것도 금지되기 때문에 이용자의 선택권이 박탈당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13세 미만의 미성년자 가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용자는 회원가입 시 성명, 이메일 주소, 생년월일(허위 작성 가능)만 입력하면 언제든지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며 국내에서도 같은 정책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에 인산협은 연령확인 및 부모동의 확인의무가 있는 국내 사업자들도 페이스북과 같은 정책으로 서비스한다면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인산협은 "국내 사업자들은 예전부터 해외사업자들과 비교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내 사업자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에는 국내 인터넷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산협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고도 현행법상의 이용자 정보확인을 준수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체수단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 및 이용이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를 사례별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하고 연령을 식별하기 위해 사업자들이 조치해야 하는 방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시스템 변경과 인력·비용·시간 등이 필요하다면서 법 시행 후 최소 6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보장해달라고 덧붙였다.

인산협 측은 "인터넷기업들이 법을 위반할 수 있는 위험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법 실효성 및 법적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안을 마련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터넷산업협의회는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등 국내 주요 인터넷 협회가 국내 인터넷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해 12월에 출범한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