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반송동에 있는 타운하우스 '제너하임'은 난방비와 전기료가 들지 않는다. 이 건물은 태양광 발전, 지열 냉난방, 가정용 연료전지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밖으로 새는 에너지를 잡는 기술도 적용돼 있다. 188㎡(57평) 주택형은 전기 사용량보다 생산량이 더 많을 정도다.

대우건설이 에너지 절감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만든 이 주택엔 친환경 기술 70가지가 적용됐다. 이들 기술을 일반 아파트에 모두 적용하면 분양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당장 대중화하기에는 이르다. 대우건설은 서서히 일반 주택의 에너지 절감률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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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경기도 광교 신도시에 짓고 있는 '광교 e편한세상' 아파트 건물 외벽에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설치된다. 태양광 전지판은 단지 곳곳에 설치된 풍력발전 시스템과 함께 단지 내 조명을 밝히는 전기를 생산한다. 또 비가 오면 빗물을 바로 흘려보내지 않고 따로 저장했다가 조경용수 등으로 활용한다. 이 아파트는 태양광·풍력발전 시스템, 은(銀) 성분을 함유한 3중 창호, 빗물이용시설 등 총 27개의 친환경 신기술을 적용해 냉난방 에너지를 표준주택보다 최고 50% 절약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정부가 난방이나 조명 등 에너지 소비량이 적은 주택인 '그린 홈(Green Home)' 보급을 확대하면서 건설업체의 에너지 절감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지하 150m까지 구멍 뚫어 지열(地熱) 이용

주택에 적용되는 에너지 신기술은 크게 열(熱)·빛·소리·공기·물 등 5개 분야로 구분된다. 열과 소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건설사들은 일반 창호·단열재보다 단열과 소음 차단 성능이 좋은 3중 창호 등을 쓰고 토양과 지하수 등의 열을 건물의 냉난방에 이용한다.

대우건설 '제너하임'의 지하 150m 아래엔 열 교환기가 설치돼 있다. 연간 15도로 일정한 지열 에너지를 건물의 냉난방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음식은 태양열을 이용해 조리하고 맑은 날엔 태양열, 바람 부는 날엔 풍력을 이용해 가로등 불을 밝힌다.

아파트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깨끗한 공기로 환기하면서 실내 냉난방 온도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고성능 폐열회수 1등급 환기시스템을 최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0.5㎛ 크기의 미세한 먼지를 거르면서도 환기로 빠져나가는 실내 열기와 냉기를 최대한 회수해 에너지 낭비를 줄였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황사 입자는 1~10㎛이고, 1㎛의 먼지는 수년간 공중에 떠다닐만한 크기다.

대림산업 스마트에코팀의 류형규 과장은 "건설 자재와 환기 시스템이 좋아지면서 최근 주택은 '새집증후군'을 호소하는 입주자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에너지 못 줄이면 아파트 못 판다

국내에 냉난방 비용을 절감하는 친환경 주택이 처음 등장한 건 2000년대 중반이다. 당시만 해도 친환경 주택은 먼 미래의 주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정부가 2009년 에너지 절감을 의무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재 정부는 2008년 개정된 '표준주택'보다 난방비·전기 등 에너지 소비량을 20% 이상 절감해야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을 해준다. 표준주택은 친환경 주택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설정한 비교 기준 주택이다.

정부는 에너지 절감 기준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올 10월부터는 에너지 절감률을 표준주택의 30%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라며 "2017년엔 절감률 60%, 2025년엔 외부 에너지가 전혀 필요없는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에너지 소비를 못 줄이면 아파트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친환경 주택이 공급되면 관리비도 줄어든다. 국토부의 공동주택 관리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의 관리비 중에서 난방비와 전기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6% 수준이다. 2025년 이후 에너지 사용량 '제로' 아파트가 공급되면 난방비와 전기 사용료만큼 관리비도 줄어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