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경식 상무는“이제부터 삼성전자 스마트 TV용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업체 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매 주말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이와 TV로 영상통화를 합니다."

삼성전자 TV사업부 상품전략팀 이경식(49) 상무는 요즘 전화기 대신 삼성전자 스마트TV로 해외 유학 중인 아이와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한다. 무료 인터넷 동영상 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 앱(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료가 들지 않는다. 이 상무가 하는 일은 스카이프처럼 유용한 앱과 콘텐츠를 찾아 삼성전자 스마트TV에 집어넣는 일이다. 이 상무는 전 세계 동영상 제작업체, 프로그램 개발업체, 게임 개발업체와 콘텐츠 수급 협상을 벌인다.

그는 "곧 삼성전자 스마트TV가 몰라보게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콘텐츠 수급 협상은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TV 숫자였다. 이 상무가 삼성전자 스마트TV용 앱을 개발해 달라고 제안하면 대부분 업체는 삼성전자 스마트TV를 사용하는 사람 숫자가 얼마인가를 물었다. "콘텐츠 업체 입장에선 스마트TV에 앱이나 영화를 올리면 많은 사람이 봐야 합니다. 스마트TV 사용자 가운데 극소수가 돈을 주고 영화를 보고, 필요한 앱을 삽니다. 개발자 입장에선 당연히 사용자 숫자를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1000만대 규모라면 한번 해보겠다는 업체들이 많았습니다."

사용자가 1000만명쯤 있다면 그 가운데 일부는 유료 동영상을 보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돈을 주고 살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작년 세계 1위 TV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판매한 스마트TV 숫자는 모두 1100만대다.

장사꾼들은 기왕이면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물건을 팔고 싶어한다. 사람들을 많이 모아 놓으면 그 사람들을 보고 장사꾼들이 모여든다. 또 장사꾼들이 많아 다양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 "이제 곧 그런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 옵니다."

올해 삼성전자는 스마트TV를 약 2500만대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재작년 판매량을 합치면 삼성전자가 만든 스마트TV 숫자가 올 연말 약 4000만대까지 늘어난다. 콘텐츠 업체 입장에선 큰 장터가 생기는 셈이다. 몇년 후엔 웬만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큰 장사꾼들도 군침을 흘릴만한 큰 장이 선다. 이 상무는 "가능성을 보고 삼성 스마트TV 생태계에 들어와 사업을 해보겠다는 대형 콘텐츠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이 상무는 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고민을 한다. "화질 좋은 TV는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이 환영받습니다. 그런데 콘텐츠는 전혀 다르더군요." 우리나라에선 금영노래방이 인기앱이다. 반면 미국에선 세계 최대 인터넷 영화 대여 서비스(VOD)인 '넷플릭스'가 단연 최고 인기다. 한국식 노래방앱이 미국인에겐 낯설다. 주로 영어인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그대로 가져 온다면 한국에선 큰 인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법적인 문제도 있다. 아무리 넷플릭스라도 한국에서 마음대로 인터넷 영화 대여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영화 제작사들은 국가별로 다른 기업에 영화 서비스 권리를 준다. 한국 서비스를 위해선 서비스 판권을 다시 받아야 한다. "처음엔 주요 국가 콘텐츠 업체를 직접 찾아다니며 만났습니다. 지금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전담 직원이 그 일을 합니다. 협상도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그러나 이제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스마트한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시대다. 이 상무는 "가장 스마트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