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윤활유시장 호황으로 윤활유 사업이 정유업계 '캐시카우(현금 창출)'로 떠올랐다. 현대오일뱅크가 새롭게 윤활유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등 국내 정유사들의 윤활유 생산 공장 신·증설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윤활유시장 진출

현대오일뱅크는 7일 글로벌 메이저 정유사인 쉘(Shell)과 합작으로 윤활유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정유 4사(社)가 모두 윤활유사업을 벌이게 돼 윤활유시장 쟁탈전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충남 대산에 짓는 윤활기유 공장은 하루 2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2014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활기유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는 기름을 재처리해 만드는데, 윤활유 제품의 주된 원료로 쓰인다. 대산공장에서 생산된 윤활기유를 쉘의 윤활유 공장에 공급해 최대 윤활유 소비국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전량 수출할 계획이다. 권오갑 사장은 "2015년 7000억원 매출과 8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사업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일본 JX에너지와 6000억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울산 제3 윤활기유 공장은 상반기 완공된다. SK루브리컨츠의 하루 생산량은 2만6000배럴에서 3만9000배럴로 늘어난다. 또 유럽 고급 윤활유시장 공략을 위해 스페인에 하루 1만30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GS칼텍스도 2010년 인도 뭄바이에 윤활유 판매법인을 세운 데 이어 중국 자동차 메이커와 협력해 중국 윤활유시장에 진출했다.

효자 사업으로 뜬 윤활유

이처럼 정유사들이 윤활유사업 확대에 나서는 건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에쓰오일의 작년 정유 부문 영업이익률은 1.9%에 그쳤다. 휘발유 등 1000원어치 기름을 팔아 19원 정도 남겼다는 의미다. 하지만 윤활유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9.1%에 달했다. HMC투자증권 조승연 연구원은 "세계 윤활유시장이 과점구조이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20~30%에 달해 정유사 수익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작년 31조9140억원의 매출과 1조669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윤활유 부문의 매출액 비중은 7%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 영업이익에서 윤활유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43%에 달했다. SK루브리컨츠도 작년 3분기에 이미 2010년 연간 실적을 넘어서는 등 2009년 계열 분리된 이후 분기마다 사상 최대 매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윤활유시장 호조는 자동차시장 상황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2009년 이후 중국의 내수 부양에 따른 자동차 수요 급증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신차 교체 수요가 늘면서 윤활유시장도 함께 급성장했다. 특히 고급차 수요가 늘면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 시장의 6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고급 윤활유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중국·인도·남미 등 신흥시장 수요 증가로 전 세계 윤활유시장은 연평균 5% 안팎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