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문제를 연구한 미국 하버드대 연구소 소속 물리학자 알렉스 위스너 그로스 박사는 "PC로 구글 사이트에서 한 번 검색할 때마다 7g의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된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PC는 물론 구글이 서비스를 위해 운영하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 때문이다.
그로스 박사에 따르면 1억명이 한 번씩만 구글 검색을 해도 700t의 이산화탄소가 순식간에 방출된다. 구글은 이 연구결과가 과장됐으며, 실제 검색 1회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0.2g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구글은 구체적인 데이터센터 운영 현황을 공개하지 않아 환경오염 논란이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글로벌 IT기업 사이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환경 이슈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2006년 유럽이 전자제품의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을 도입한 데 이어 중국도 2013년 상반기부터 유해물질 규제에 나설 예정이다.
◇구글·애플도 온실가스 감축 비상
IT기업들은 유해물질 사용금지는 물론이고 제품 제조·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환경 이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는 것에서부터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까지 챙긴다.
애플은 2010년 한 해에 제품 제조·운송·사용 등에서 총 148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2008년 이후 매출은 74% 증가한 반면 온실가스는 57%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애플 측은 "제품에 들어가는 포장과 재료를 줄이고, 유해물질 사용금지와 재활용률을 높여 온실가스를 줄였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시설물이다. 주로 데이터센터 내 서버(대형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에너지가 사용된다. 보통 데이터센터 내부의 적정 온도는 18~21℃다. 인텔은 이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인맥관리) 서비스 페이스북은 미국 산타클라라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인텔의 기술을 적용, 연간 에너지 비용을 22만9000만달러(2억6000만원) 줄였다.
◇온실가스 1t 감축은 나무 435그루 심은 효과
국내 기업도 환경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까지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생산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온실가스 8400만t을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제품 개발과 녹색사업장 구축을 위해 2009년부터 2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여기에 국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관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2010년 전 세계 법인·사업장에서 온실가스 1291만t을 감축한 데 이어 지난해도 1400만t을 줄였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1t을 줄일 때마다 잣나무 435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는다고 알려져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온실가스 감축으로만 60억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은 셈이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안승권 사장은 "제품 생산·사용·물류와 함께 협력사 온실가스 감축 지원 등으로 녹색 분야에서 동반성장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 차원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도 확대된다. 네덜란드 필립스는 올해 회사 수익 중 친환경 제품 매출로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대표적 제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소비량 중 약 19%가 조명기기에서 소비되고 있어 향후 시장 잠재력이 높다.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고효율 전자제품에 구매 보조금(리베이트)을 제공하는 '에너지 스타(Energy Star)'라는 환경보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소비자들이 에너지 스타 마크가 박힌 제품 구매를 선호하자,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LG·소니·파나소닉·월풀 등 전자회사들은 고효율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