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사브·소니·노키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0년 역사를 자랑하던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줄줄이 몰락했다. 이들 기업은 한때는 혁신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파산하거나 급격히 쇠락했다.
지난 8월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는 1980년대만 해도 지금의 애플을 능가하는 혁신기업이었다. 모토로라가 1983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기를 판매했다. 하지만 아날로그 휴대폰의 절대강자인 모토로라는 디지털 휴대폰으로 전환이 늦었다. 2000년대 중반 절치부심 끝에 면도날처럼 얇은 컨셉트의 휴대전화 레이저를 전 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 판매하며 부활하는 듯했다. 하지만 레이저 이후 히트폰을 못 만든데다가 아이폰에 밀리면서 급격히 몰락했다.
작년 12월 파산한 스웨덴 자동차 업체 사브는 세계 최초로 터보엔진을 장착한 승용차를 만들었다. 사브가 1976년 내놓은 터보엔진 자동차는 자동차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1990년 GM에 인수되면서 미국식 대량생산과 비용절감에만 몰두했다. 고급화되는 추세와 거꾸로 간 것이다. '도로 위의 제트기'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평범한 미국차로 전락했다.
일본 소니도 과거의 성공에 취해 변신을 늦췄다가 몰락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소니는 1979년대 워크맨을 출시하며 전 세계에 휴대용 카세트 붐을 일으켰다. 또 소니의 브라운관TV '트리니트론'도 부동의 1위였다. 하지만 워크맨에 집착한 소니는 MP3 플레이어 시장으로 전환이 늦었다. TV 역시 LCD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초기 LCD TV는 화질과 성능이 브라운관만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소니의 생각과 반대로 흘렀고, LCD TV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삼성전자·LG전자가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한때 연간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일본 게임 업체 닌텐도는 작년 상반기 약 8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엔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드는 기업이 없는가"라고 말했을 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열었던 닌텐도를 무너뜨린 것은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자 닌텐도를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