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 방울 쓰지 않는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스위스의 항공기 개발사 솔라 임펄스(Solar Impulse)는 이런 황당한 프로젝트를 현실로 만들었다.
이 회사는 2009년 세계 최초의 유인(有人) 태양광 비행기 'HB-SIA'를 개발했다. 이 비행기는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24시간 종일 비행에 성공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해가 떨어진 뒤에도 저장해둔 태양에너지로 비행을 계속한 것이다.
HB-SIA의 양 날개 길이는 64m. 초대형 여객기 '보잉 747'과 맞먹는다. 긴 날개에는 태양전지 1만2000개가 달려 있다. 탑승 가능한 인원은 조종사 단 1명뿐이다.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면 무게를 극도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솔라 임펄스의 공동 창업자인 버트란트 피카르(Piccard) 회장과 안드레 보쉬버그(Borschberg) 최고경영자(CEO)를 최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오는 2014년에 세계 일주 비행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다국적 개발팀을 지휘하며 직접 조종간을 잡고 비행에 나서기도 한다.
◇세계일주 도전하는 솔라 임펄스
―태양광 비행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피카르=1999년 열기구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한 적이 있다. 출발했을 때 4t에 달했던 연료는 마지막에 40㎏으로 줄어들었다. 연료 부족으로 도전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연료 없이, 또 어떤 화학적 배출물 없이 비행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2003년부터 솔라임펄스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비행기 제작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보쉬버그=솔라 임펄스팀이 사용한 기술 중 기존 항공기 제조산업에 있던 기술은 5%뿐이다. 95%는 새롭게 찾거나 개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비행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 절약 기술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 해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HB-SIA의 무게는 중형차 1대(1600㎏)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더 가벼운 소재를 찾아 무게를 줄여야 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비행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효율도 높여야 한다. 변화무쌍한 기상 상황에 대비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 기술도 필요하다. HB-SIA엔 영하 60도~영상 80도 상황에서도 태양전지판이 오작동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박막(薄膜) 플라스틱 기술도 사용됐다.
―현재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피카르=현재 태양광 비행기 기술 수준은 64m 되는 날개를 가지고도 조종사 1명이 24시간 비행하는 선에 머물고 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라. 1903년 200m 거리의 첫 비행에 성공했던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달나라 탐사선이 뜰 줄 예상이나 했겠는가.
◇태양전지 2만2000개로 하늘을 난다
―태양광만으로 세계일주 비행이 가능할까.
보쉬버그=앞으로 3년 후인 2014년 세계일주 비행에 도전할 예정이다. 세계일주를 위해선 5일 밤낮으로 비행기를 조종해야 한다. 겨우 1명이 들어갈 수 있는 조종석에서 5일을 버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연초엔 시뮬레이터(모의실험장치)에서 3일 밤낮 연속비행하는 것을 훈련해볼 예정이다.
(태양광 비행기로 비행에 나서면 수시로 기상 상황을 체크하고 에너지 계기판을 들여다봐야 한다. 비행 도중 조종사가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시간은 낮잠 15분 정도에 불과하다. 피가드는 자기 최면을 걸고, 보쉬버그는 요가를 통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풀어나간다고 전했다.)
―최근 두 번째 태양광 비행기인 HB-SIB 개발에 착수했다고 하던데.
보쉬버그=그것이 바로 세계일주에 쓰일 비행기다. 기체 날개 상부와 수평안전판에 선파워사가 개발한 태양전지가 2만2000개 이상 장착될 예정이다. 에너지 변환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22.7%)이라 비행시간을 늘려줄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보나.
피카르=솔라 임펄스 프로젝트 자체를 널리 알리는 것도 나에겐 중요한 일이다. 각국 정치인과 정책 지도자들을 만나 "비정상적(crazy)으로 석유를 많이 쓰는 현재 상황을 반드시 개선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기업 후원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뛰어다닌다.
―솔라 임펄스의 상용화 계획은.
피카르=아직 상업적 목표는 없다. 우리는 솔라 임펄스를 통해 클린테크(친환경 기술)로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우리의 성공은 유럽 각국의 수많은 정책 결정자와 정치 지도자를 매료시켰다. 그 결과 에너지와 환경에 관한 더 야심찬 정책을 내놓았다. 요즘 유럽을 두고 2차대전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마치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보도하는 뉴스는 잘못됐다. 모든 문제는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한 기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