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양국이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04년 9월 아세안+3 경제장관회의에서 두 나라 통상장관이 민간공동연구를 개시하기로 의견을 모은 지 8년 만에 FTA 체결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중 FTA 논의는 지난 2005년 산관학 공동연구를 마치고 현재 양국간 민감 분야에 대한 조정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 한·중 FTA 체결협상 올 상반기 중 개시 전망

통상절차법 등에 따르면 FTA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관보 게재와 공청회 실시, FTA 실무위원회ㆍ추진위원회 구성,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 등의 국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절차를 마무리하면 양국 정상은 본협상 개시를 선언한다. 이때부터 개방 수위와 시기를 놓고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이뤄진다

국내 절차를 밟는 데에는 최소 한 달 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르면 3월쯤 협상이 개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5월 이후에야 협상 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FTA 협상을 개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다.

본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협정 체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국과의 FTA는 가뜩이나 취약한 농수산물과 저가 공산품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는 계층의 반발로 인해 정치적인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나라가 FTA를 통해서 기대하는 서비스나 지적재산권 분야의 중국 시장 선점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분야에서의 국내기업 진출을 위해서는 중국의 각종 규제와 제도가 변경돼야 하는데, 중국 정부가 이를 응할지 불투명하다.

본협상이 얼마나 걸릴지도 미지수다. 한미 FTA는 1년 만에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EU와의 본협상은 3년5개월 걸렸다. 중국이 오는 10월 제5세대 지도부로의 정권교체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전문가들은 권력교체기에 중국 지도부가 대외 팽창 정책보다는 내치(內治)에 중점을 뒀다는 점을 들어 FTA체결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 한중 FTA 체결, GDP 2~3% 증가효과···개방수준 낮은 '무늬만 FTA' 우려도 있어

한·중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세계 3대 시장과 모두 FTA를 체결한 세계 유일 국가가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전체 수출의 24.2%, 수입액은 전체 수입의 16.6%를 차지했다. 대중 수출액은 미국과 EU를 합친 것보다 크다. 지난 2010년 기준 양국의 교역규모는 1884억 달러로, 한국과 미국 간 교역액 902억 달러의 두 배를 넘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중 FTA 발효 시 국내총생산(GDP)이 2.72%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한·미 FTA(0.56%)나 한·EU FTA(1.02%) 효과를 뛰어넘는 것이다.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는 한중 FTA가 체결되면 GDP(국내총생산)가 2.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휴대전화, 자동차, 기계 등 전략품목을 비롯해 중간재, 부품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농축산물 등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고추는 중국산(産) 가격이 국내산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품종과 품질이 비슷해 관세가 철폐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KIEP는 한·중 FTA가 체결되면 농수산물 수입 증가액이 10년간 100억달러에 달하며 국내 농업 생산은 최대 14.7%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농산물과 일부 제조업 분야를, 중국은 석유화학·자동차 부문 등을 민감성 품목으로 분류해 개방 예외 또는 개방 시한 유예 대상으로 분류하는 쪽으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도 지적재산권, 금융 서비스 분야의 개방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한국과 중국이 서로 민감한 품목을 빼고 FTA를 체결한다면 '무늬만 FTA'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중 FTA 협상으로 인한 중국의 개방 수준은 한·미, 한·EU FTA보다 조금은 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