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부가 기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준법지원인 제도 적용 대상 기업을 자산 규모 3000억원 이상 상장 기업으로 입법 예고하자, 재계는 "기업 현실은 외면하고 법조인 밥그릇만 챙겨주는 조치"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준법지원인 제도는 이미 상당수 변호사를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보다 중견 기업에 더 큰 부담을 준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준법지원인 제도는 기업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적용 대상 기업은 변호사나 법학 교수 등을 준법지원인으로 1명 이상 채용해야 한다. 법무부는 28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은 내년 4월 15일부터 적용된다.
준법지원인 제도가 시행되면 지난달 말 기준 준법감시인이 이미 있는 금융회사(74곳)를 뺀 나머지 상장사 1668개(전체 1742개) 가운데 391곳(유가증권 334개, 코스닥 57개)이 준법지원인을 의무 고용해야 한다. 이 중 자산 규모 1조원 이하 중견 기업은 228곳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산 3000억원 이상의 상장 기업에 준법지원인을 상시 고용하도록 하는 것은 해당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고임금의 준법지원인 채용보다 청년 5~6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자산 규모 3000억원 이상이면 유가증권 상장사의 과반수(53.1%)가 적용을 받는다"며 "특정 집단의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윤리적 경영이라는 이름 아래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산 규모 5조원 이하 기업 모임인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준법지원인 제도는 법조인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며 정부 방침을 강력 비판했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삼성 등 대기업은 이미 고용한 변호사를 직함만 바꾸면 되지만 중견 기업은 새로 임원급 법조인을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견 기업 CEO는 "이미 준법감시인을 두고 있는 저축은행에서 연이어 비리 사태가 터져나왔다"며 준법지원인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윤상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자산 3000억원 이상이면 순이익이 대략 250억~300억원이어서 준법지원인을 두기 적당한 규모로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