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커먼웰스은행은 작년 5월 코인랜드(Coinland)라는 어린이 전용 온라인 게임을 내놨다.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돈을 벌며 저축하는 사이트이다. 돈의 기능을 이해하고, 저축과 계획적인 소비의 소중함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교육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권하면서 어린이 고객이 불어나 작년 한 해에만 10만명의 어린이가 게임에 참가했다. 이 은행은 게임 참가자를 2015년까지 100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 은행은 최근엔 20대 고객을 겨냥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한 마케팅에 나섰다. 스마트폰으로 은행 영업점의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뒤, 3시간 이내에 해당 영업점을 찾아 계좌를 여는 고객에겐 1년에 12번 사용할 수 있는 영화 무료 티켓을 주고 있다.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20대 고객을 찾아나선 것이다.

저성장시대를 맞아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새 성장 동력의 발굴이다. 선진국은 물론 한국도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산업에도 큰 위기 요인이다. 금융산업은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서비스·상품 개발 경쟁이 그 어느 분야보다 치열하다. 이런 점에서 금융산업에서 새 성장 동력 발굴에 성공한 사례들은 비(非)금융 기업들에도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주력 고객인 젊은 층과 실버층 공략 강화

미국 15위 은행(수신 규모 기준)인 BBVA콤파스는 20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금융 벤처기업인 스마티피그(Smartypig)와 제휴해 SNS와 결합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행자금, 쇼핑비, 등록금 등 목적에 따라 목표 저축금액을 정하고 매달 자동이체하도록 했다. 참여하면 시중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주고, 목표액을 달성하면 보너스 이자와 함께 상품권을 줬다. 예를 들어 여행을 목적으로 했다면 온라인 여행사인 트레블로시티 상품권을, 쇼핑을 목적으로 했다면 메이시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하는 식이다.

스마티피그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저축 계획을 지인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지인이 자신의 저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울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서 계좌 이체를 통해 송금도 가능하게 했다. 이 은행은 별도의 광고비 한 푼 지급하지 않고도 5억달러의 신규 예금을 유치했는데, 신규 고객의 75%가 18~35세인 젊은 층이었다.

일본의 히로시마은행은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클럽 히어로즈(Club Heroes)'라는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대학생이 예금에 가입하면 금리를 더 얹어주고 정기예금 잔액의 90%(최대 200만엔)까지 대출해준다. 또 휴대전화요금이나 공과금 자동 이체 등으로 일정 점수 이상의 포인트를 쌓으면 ATM(자동입출금기)의 시간 외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대학생이 졸업 후에도 평생 고객이 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 은퇴자용으로 보험과 저축상품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상품도 늘고 있다. 일본 니혼생명의 '의료명인'은 50대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암 등 질병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연금을 지급한다. 미쓰비씨도쿄은행은 '퀄리티 라이프 클럽(Quality Life Club)'이란 회원제 특별 서비스를 내놨다. 고령자 가운데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 관리 상담 같은 금융 서비스는 물론 24시간 건강 상담과 여행상품 안내 서비스를 해준다.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 도입

통신이나 미디어 등 다른 산업과 손을 잡고 신상품이나 서비스 모델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신용카드 회사인 아멕스는 소셜미디어서비스업체인 포스퀘어(Foursquare)와 제휴해 '소셜 커런시(Social currency)'라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이 자신이 구매한 상품에 대한 후기와 사진을 올려 서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인기 순위를 매겨 흥미를 유발한다. 아멕스는 이 서비스를 통해 카드 고객들이 자신의 소비 패턴을 공개하도록 유도하고 이런 정보와 카드 가맹점의 마케팅 프로그램을 연계시켜 카드 매출을 늘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비용을 줄여 그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전략도 활발하다. 네덜란드 보험사인 ING가 운영하는 미국의 'ING 다이렉트'는 온라인 은행으로 변신해 성공했다. ING다이렉트는 지점 운영비를 없애고 수수료를 줄인 결과 2000년 처음 문을 열 때 은행권 평균 예금금리가 연 1% 미만이었는데도 연 4.5%라는 파격적인 금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저금리 대출상품도 온라인으로 함께 팔았다. ING는 2002년에 첫 흑자를 냈고 지난해엔 800만명의 미국인 고객을 확보했다. ING는 예금액 기준으로 미국 내 은행 순위 20위권에 진입했다.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전략도 확산되고 있다. 씨티은행은 2007년부터 싱가포르에서 지하철 운영사인 SMRT와 제휴해 마이크로(Micro·소형) 지점망을 구축했다. 지하철역 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40~60㎡ 규모의 마이크로지점을 내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7일, 하루 12시간 동안 2~3명의 직원을 상주시켰다. 또 고객이 요청하면 30분 이내에 교통카드 기능이 담긴 신용카드를 현장에서 발급해줬다. 고객 호응이 높아지면서 이 은행은 2005년 5개에 불과했던 마이크로 지점을 2009년에 850개로 늘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