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물선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세계 모든 화물선이 연료를 태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하나의 국가로 따지면 세계 7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는 화물선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5년까지 30% 감축을 의무화했다. 해운업체들로서는 연료를 적게 쓰면서 운항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발등의 불인 셈이다. 게다가 고유가(高油價) 때문이라도 연료 소비 감축은 사활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해운업체들은 자연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고 있다. 바람과 햇빛을 동력으로 바꾸고 공기 방울로 연료소비를 부추기는 마찰력을 줄이는 등의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돛이 재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람과 햇빛이 '기름 먹는 하마' 구할 대안

초음속 여객기가 하늘을 날고 고속열차가 땅을 누비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 상품을 대량 운반하는 데 가장 좋은 수단은 화물선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한 번에 엄청난 양의 짐을 싣고 바다를 통해 전 세계 어느 곳이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박의 덩치가 크고 적재 화물량도 엄청나다 보니 대형 화물선은 말 그대로 '기름 먹는 하마'가 됐다. 철광석 1t을 화물선으로 운반하면 '비용의 90%가 연료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호주의 솔라세일러(Solar Sailor)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항해 시대를 이끌었던 대형 범선의 돛을 첨단기술로 부활시키려 한다. 돛에는 태양전지판이 빼곡히 들어간다. 바람과 햇빛을 동시에 이용하자는 것이다. 회사는 태양전지판 돛으로 연료를 20%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의 에코마린(Eco Mari ne)사는 같은 방식의 화물선 시제품을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영국의 B9에너지그룹은 천연가스나 바이오연료를 쓰는 롤스-로이스 엔진에 돛 세 개를 단 연근해용 화물선을 개발했다. 돛은 버튼 하나로 접고 펼칠 수 있어 인력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바람은 돛 대신 연으로도 붙잡을 수 있다. 독일의 스카이세일(SkySail)사는2008년부터 대형 화물선에 연을 달아 바람의 힘을 추진력으로 이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이 회사는 세계적인 곡물업체인 카길(Cargill)과 함께 2만5000~3만t급 곡물 운반선에 매달 넓이 320㎡의 대형 연 개발 협약을 맺었다. 연을 100~420m 높이에 띄워 바람의 힘을 받으면 연료비를 35%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을 단 곡물 운반선은 내년 말쯤 등장할 예정이다. 최근 스카이세일은 2013년까지 태양전지판으로 덮인 선체에 대형 연을 추가해 100% 자연의 힘으로 움직이는 요트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해운업체들이 대형 화물선의 연료 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바람·햇빛 등 자연의 힘을 동력으로 이용하고 있다. 독일의 스카이세일사는 2008년부터 대형 화물선에 연을 달아 바람의 힘으로 화물선을 운항하고 있다.

◇물의 저항 줄이는 신기술도 속속 등장

선박의 마찰력을 줄이는 것도 연료 소비를 낮추는 한 방법이다. 네덜란드DK그룹은 물에 잠긴 선체에서 공기 방울을 내뿜어 물과 선체의 마찰력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화물선이 공기쿠션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셈이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도 같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선박에 달라붙는 해양생물을 쫓는 것도 중요하다. 따개비나 홍합이 달라붙으면 미끈하던 선체가 울퉁불퉁해져 바닷물의 저항을 더 많이 받아 연료소비가 최대 40%까지 높아진다. 네덜란드의 아크조노벨(AkzoNobel)사는 물을 밀어내는 물질과 물과 잘 달라붙는 물질을 바둑판 모양으로 번갈아 배열한 고분자 코팅 막으로 해양생물이 선체에 달라붙지 않도록 했다.

◇국내 조선업계도 기술 개발 박차

국내 조선업계는 저렴한 연료를 쓰는 엔진 개발로 연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한다. 업계 1위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가스 추진 엔진 '힘센 H35G'를 개발한 데 이어 기름과 가스를 모두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대우조선은 엔진 전문회사 만(MAN)과 손잡고 올해 초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개발해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회사는 기존의 벙커시유 대신 LNG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를 23%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