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내년 1분기 중 발표할 예정인 청년창업과 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대책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선 중소기업 경영인과 창업자의 연대보증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제도가 폐지되고, 시중은행 등 민간으로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 '주홍글씨' 연대보증제 폐지 확대‥신용대출 활성화 방안도

지금까지 연대보증제도는 부도 기업인에게 족쇄와 같은 '주홍글씨'가 돼왔다. 통상 중소기업들은 돈을 빌릴 때 대표이사는 물론 주위 관계자들이 연대보증을 한다. 돈을 빌린 회사가 채무를 상환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보증은 한번 실패가 영원한 패자를 만드는 가혹한 역할을 해왔다.

자동차부품업체 월급쟁이 사장 출신인 A씨는 연대보증으로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한 사례다. 몇년 전 은행에서 공장용지를 담보로 20억원을 대출받으면서 연대보증서에 서명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A씨는 회사를 그만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연대보증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재산을 압류하겠다는 법원의 통지가 날라왔다.

금융당국은 A씨 같은 중소기업인이 한 번 실패해도 퇴출당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도록 채무조정 등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지난 16일 금융위와의 간담회에서 "정책금융기관들부터 연대보증을 선도적으로 폐지해 시중은행으로 연대보증폐지가 확대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또 주로 담보를 통해 이뤄지던 대출 관행이 줄어들고 신용대출이 활성화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담보가 될만한 것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에 기술성과 사업성을 보고 신용으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면책 제도를 재정비해 정당한 심사절차를 거쳤을 경우 사후 부실이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재 금융당국 감독규정과 은행 내부규정에 이런 면책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 있으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현장과의 괴리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중소기업의 기술성과 사업성을 평가하는 전담기구를 설립하는 문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상장·회사채 발행 요건 완화·우선손실충당제 개선 필요성도‥도덕적 해이 방지가 관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코스닥 상장과 회사채 발행 요건도 완화될 전망이다. 중소기업 대출시 만연해 있는 은행의 꺾기(구속성예금) 관행도 개선된다.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보험상품을 강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소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자들에게 300여건의 꺾기를 해 1월 중 금감원의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농협(200여건)도 징계를 앞두고 있고 국민은행은 600여건의 꺾기를 해 금감원의 징계를 받은 상태다.

또 모태펀드와 정책금융공사 등에 적용되는 우선손실충당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중소기업청이 재정자금을 이용해 조성한 펀드(모태펀드)와 정책금융공사가 정책금융기능을 위해 채권 등을 발행해 모은 자금을 운용할 때 운용사가 투자손실 시 일정 비율을 우선적으로 충당하도록 한 제도다. 운용사가 책임감 있게 운용토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됐다. 이 제도와 함께 은행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경우 벤처펀드의 위험가중치를 투자금액의 약 400%로 규정하고 있다.

정유신 벤처투자협회 대표는 “우선손실충당제도를 개선해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기관별로 창업ㆍ중소기업 금융지원제도가 제각각 흩어져 있는 것을 모아 이용하기 쉽게 정리한 통합사이트를 내년 2월에 개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금융위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를 양산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할 경우 이 제도를 악용해 대출을 받아놓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기관 고위관계자는 “중소기업들에 지원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나중에 발생할 모럴헤저드가 걱정”이라며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커지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