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고 판사

삼성전자애플의 특허 소송을 담당하는 미국 새너제이의 연방법원 판사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원천적으로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애플이 이를 뒤집을 자료를 내놓지 못하면 삼성이 재판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삼성의 태블릿PC '갤럭시탭10.1'이 자사의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이 디자인 특허는 애플이 독일에서 삼성 갤럭시탭 판매금지 결정을 끌어낼 때도 근거로 쓰인 것이다.

미국 변호사협회 디자인권리위원회의 크리스토퍼 카라니 의장은 2일 'BNA 특허·상표·저작권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애플·삼성 소송을 담당하는 루시 고(한국명 고혜란·43) 판사의 법정 발언을 소개했다. 고 판사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고 판사는 지난 10월 13일 열린 재판에서 미국 미디어그룹 '나이트라이더(Knight-Ridder)'가 공개한 태블릿PC 원형을 언급하며 "나는 이것이 '디자인 889'(애플의 디자인 특허번호)를 무효화한다고 생각한다(I think that invalidates the D'889)"고 말했다. 애플이 아이패드 디자인을 등록하기 전에 이미 이와 같은 형태의 선행(先行) 디자인이 있기 때문에 이 특허가 원천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디자인은 나이트라이더가 1994년 공개한 '미래의 신문' 영상에 등장한다. 애플의 아이패드처럼 앞뒷면이 모두 평평하고 앞면 전체가 화면으로 돼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무효"라며 이 디자인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한 바 있다.

두 제품이 흡사하다고 해도, 애플의 특허 자체가 원천 무효가 되면 갤럭시탭의 판매 금지를 주장할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음 재판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애플은 2일 갤럭시탭10.1의 판매를 허용한 호주 연방법원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호주 대법원은 오는 9일 심리를 열어 애플의 상고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