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PB들은 남성PB들보다 고객들의 가정사까지 꼼꼼하게 챙겨준다며 좋아해요."(강지현 센터장)

"요즘 자산가 중에 여성 비중이 커졌어요. 여성 PB들이 가려운 곳을 잘 안다며 선호하죠."(이명희 센터장)

금융권은 금녀(禁女)의 벽이 두터운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보수적인 금융회사의 특성상 여성 직장인들이 버티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이 벽을 뚫고 당당히 센터장 자리에까지 올라선 여성들이 있다. 강지현 하나은행 영업 1부 골드클럽센터장과 이명희 한화증권 서초G-파이브점 PB센터장이 그 주인공. 이들이 만나는 고액 자산가들은 요즘 같은 격변기에 어떻게 돈을 굴리고 있을까. 머니섹션 M이 여성PB센터장 2인방에게 최신 재테크 트렌드를 들어봤다.

◇금융위기 이후 원금보장형 많이 찾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자들의 생각을 많이 바꿔놨다. 펀드들이 반토막 나고 주식이 폭락하자 안정적이면서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가령 주가연계증권(ELS)을 사더라도 수익이 높지만 손실 역시 확률이 높은 ELS를 찾기 보다는 원금보장형 ELS를 선호한다. 원금보장형 ELS는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든 일단 만기 때 원금은 보장된다.

―요즘 PB들이 가장 많이 받는 문의는 자산시장 암흑기에 현금화한 자산을 어디에 재투자할 것인지다. 이탈리아 등 아직까지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해결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몰빵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적립식 상품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투자기회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100만원씩을 ELS, 펀드 등 적립식 상품에 꾸준히 넣다가 내년쯤에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 나머지 목돈을 다 투자하는 것이 좋다.

―국내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코덱스200 등을 적립식으로 사서 모으는 것이 좋다. 펀드나 ELS처럼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절세효과도 있다. 만약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코세프(KOSEF) 인버스 ETF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

섬세한 감각으로 고객들을 컨설팅해주는 여성 센터장 2인방이 한자리에 모였다. 재테크 초보자를 위한 조언을 묻자, 강지현 하나은행 골드클럽센터장(오른쪽)과 이명희 한화증권 서초G파이브점 PB센터장은 "재테크를 시작하기 전에 이자는 얼마나 받고 싶은지, 손실은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 명확한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축이 바뀐다 '강남→4대문'

―요즘 부동산 투자의 축은 4대문(四大門,남대문ㆍ동대문ㆍ서대문ㆍ북대문)이다. 이제 강남은 한물 갔다. 서울역 부근에 건물을 갖고 있는 한 고객은 그동안 공실이 많아서 애물단지라고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다 임대가 되어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 강북 종로에는 그동안 노령 고객들이 많아 손바뀜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매매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강북 부동산에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들에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임대용 부동산이다. 50~100여개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을 사서 7~15%의 수익이 나는 부동산을 선호한다. 고객들이 현재 현금은 많은 상황이어서 임대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단 현재 가격에 투자하기 보다는 가격이 더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요가 많은 것 같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 실제 몇년 전만 해도 인기가 많았던 강남의 A주상복합아파트는 최근 많은 고객들이 부담스러운 관리비와 불편함을 호소하며 떠나고 있다.

―강남의 경우 부동산이 지역별로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더이상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용산 주변의 주거용 부동산이 특화되고 있는 추세다.

◇부자들 관심은 환율과 세금

―고액자산가들이 가장 민감한 것이 환율과 세금이다. 해외에 기업을 두고 있거나 해외에 수출을 하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미 달러화의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당분간 환율은 박스권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위기가 악화되자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고객은 보유한 자산을 모두 달러를 사는데 썼다.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달러가치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실제 지난 7월 1050원 선에서 거래되던 환율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악화되자 9월 말 1190원대 후반까지 올랐다. 그 고객은 유로존 위기가 어느정도 봉합되면서 환율이 1100원 초반으로 다시 하락하자 달러를 다 팔아 이익을 얻었다.

―고객들은 절세에도 관심이 많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세금을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증여재산공제를 통해 배우자에게 10년에 6억원까지 증여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30년이면 18억원까지 증여가 가능한 것이다. 또 자녀들에게는 3000만원까지(미성년자의 경우 1500만원) 증여할 수 있다. 고객들 중에서 100만원 수준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식을 10년째 자녀에게 사주는 방식으로 증여하는 고객도 있다 .

◇'노른자' 미술품 재테크도 관심

―미술품을 통해 재테크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고객의 집에 방문할 때 그림만 보면 고객의 부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 미술품 시장은 잘만 알면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노른자 시장에 속한다. 지금은 투명해 졌으나 이제까지는 세금을 피하기가 수월하고 기록이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시장이 좋을 때는 주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그림으로 돈을 버는 것이 몇 배 빠르다. 그림으로 매년 30억원씩을 버는 고객도 있었다. 그러나 그림이 일반화됐다고 하지만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재테크에 나섰다간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미술품에 대한 선호도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림에 대해 아는 사람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