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혼자 사는 사람에게 42인치 TV는 너무 크지 않을까? 32인치형이 더 잘 팔릴 것 같은데…."
지난달 29일 판매 시작 사흘 만에 5000대를 모두 팔아치운 이마트의 '반값 TV' 성공에는 소비자의 인구 구조 변화를 포착한 것도 한몫했다. 시장의 주력 모델인 42인치형이 아닌 32인치형을 출시한 것은 전통적인 4인 가구(家口)가 아닌 1~2인 가구의 TV 수요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지난 8월 발표한 서울의 1인 가구는 85만4606가구로 전체 가구의 24.4%를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4인 가구(23.1%)를 추월했다. 2인 가구(22.3%)까지 더하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7%에 달한다. 서울에서 두 집 중 한 집은 1~2인 가구인 셈이다. 이런 인구 구조 변화는 소비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가구업체 한샘은 작년 7월 독신 남녀를 위한 온라인 판매용 가구 '샘 시리즈'를 출시했다. 가구가 방안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고, 소비자가 옷장·서랍장·선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인용 침실 가구는 2010년 월평균 매출이 3억4000만원에서 올해 6억7000만원으로 갑절 가까이 성장했다. 한샘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번거롭게 생각하는 성향을 고려해 온라인 쇼핑몰을 새로 만든 것도 매출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에선 작년까지 2인용 식탁 매출이 5% 미만이었지만, 올해는 20%를 넘어섰다. 롯데백화점은 "주변에 소형 평수의 아파트·오피스텔이 많은 안양점·미아점·노원점 등에서는 2인용 식탁의 매출 비중이 40%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마트에서도 올해 소형 가구 매출이 작년보다 141.6%나 뛰었다.
가전제품 시장에선 이미 "가전(家電)이 아닌 개전(個電)"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싱글족을 위한 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100L(리터) 미만의 1인용 냉장고와 3~4㎏ 용량의 세탁기, 6평용 에어컨에 1인용 전기밥솥 등이 인기다.
먹을거리 시장에도 1~2인 가구 증가 현상이 반영되고 있다. 편의점 업체 보광훼미리마트에선 올 9월까지 양념깻잎·콩나물·두부 등 반찬류 매출이 작년보다 83%나 증가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가까운 편의점에서 반찬 한두 가지를 사서 간단히 한 끼를 때우는 경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이 올해 사상 최초로 1억개 판매를 돌파한 것도 싱글족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뚜기의 '씻어나온 오뚜기쌀'은 3㎏들이 포장 제품이다. 한 말, 20㎏과 같은 전통적인 쌀 유통 단위에서 완전히 벗어난 형태다. 하지만 쌀 소비가 많지 않은 1~2인 가구가 늘면서 최근 3년 동안 8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김민 팀장은 "경제력을 갖춘 소규모 가정이 소비 시장을 주도할 핵심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