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가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해당 기업에 일종의 위험 요소가 있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지만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경고보다는 개별 기업의 이슈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에 더 무게를 두고 움직였다.
이달 들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거나 지정예고 된 코스닥 기업은 총 8곳. 이 중에서 최근 3일간 코스닥 지수의 수익률(-2.64%)보다 좋지 않은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은 단 3곳에 그쳤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한 기업은 이달 들어서만 15%가 넘게 주가가 뛰기도 했다.
거래소는 공시를 번복ㆍ변경하거나 이행하지 않은 기업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 기업의 누계벌점이 최근 2년간 15점 이상이 되면 해당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상장 폐지 가능성이 부쩍 커진다.
컴퓨터 주변기기를 생산하는 에이치앤티는 지난 2일부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반기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는데도 이 같은 사실을 늦게 공시했기 때문이었다. 앞서 에이치앤티는 반기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서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에이치앤티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서 새로 받은 벌점은 8.5점. 최근 2년간 불성실공시법인 부과 벌점도 16.5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에이치앤티의 주가는 오히려 치솟기 시작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발표가 난 1일 이후 5일까지 3일간 15.2% 급등했다. 지난달 에이치앤티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나서 하한가로 추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양상이다.
무선인터넷과 모바일 방송서비스 제공 업체인 옴니텔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가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여진 경우다. 옴니텔은 최근 매출액의 25%에 달하는 콘텐츠 공급계약을 SK텔레콤(017670)과 체결했으나 이를 늦게 공시했다는 이유로 거래소로부터 벌점 2점을 부과받았다. 옴니텔은 거래소의 제재 이후 최근 3일간 0.23% 하락하는데 그치며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의 수익률 웃돌았다.
모바일 플랫폼 솔루션 개발업체인 디지털오션은 최대주주의 경영권 양수도 계약 해지 사실을 늦게 공시했다가 벌점 4점을 부과받은 이후 이날까지 9.1% 하락했다. 언뜻 불성실공시법인 자체가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간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인수ㆍ합병(M&A) 이슈가 수그러든 것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달 들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해외자원개발 업체 케이에스리소스는 정리매매에 따른 매물 출회로 3일간 38.2% 급락했다. 골판지원단을 제조하는 산성피앤씨는 합병 이슈가 약발을 상실하면서 같은 기간 14.2% 하락했다. 한일화학공업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가 주가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코스닥 지수의 수익률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된다면 당장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론될 수 있어 투자자들이 경계하기 시작하지만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투자자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의 정도가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장 벌점이 쌓인다고 해서 회사에 큰일이 나는 것이 아니지만 벌점이 누적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