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형주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으로 불리는 주도주부터 전 세계 경기 후퇴 우려로 직격탄을 맞은 IT(전기전자)주까지 줄줄이 약세다.

이에 따라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들의 계열사 주가도 된서리를 맞았고 이들 그룹 계열사에 투자하는 그룹주 펀드들의 성적도 울상이다.

전기전자·반도체에 집중된 삼성그룹주를 비롯해 자동차 중심의 현대차그룹주 펀드까지 손실이 만만치 않다.

그룹주 펀드 증시 하락에 '움찔'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그룹주 펀드의 맏형격인 삼성그룹주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20.45%를 기록,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9.04%)을 밑돌았다. (22일 기준) 가장 부진한 그룹주 펀드는 LG그룹주 펀드로 최근 한 달 동안 24.66%의 손실을 보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21.21%)보다 못한 성적이다.

올 상반기 자동차업종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좋은 성적을 냈던 현대차그룹주 펀드 역시 최근 한 달 수익률이 -19.84%에 그쳤다. 한화그룹주 펀드와 SK그룹주 펀드는 각각 -16.45%, -11.61%의 수익률을 내며 비교적 선전했다.

차·화·정 하락에 IT도 부진

계속되는 외국인의 매도 영향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형주들은 최근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을 주도했던 차·화·정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부진했던 IT업종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하락, 그룹주 펀드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그룹주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차기아차의 경우 최근 한 달 동안 각각 31.71%, 23.67% 하락했다. 실적 기대감에 힘입어 올 상반기 주가가 많이 올랐고 이 때문에 하락장에서 차익 매물이 집중적으로 나온 영향을 받았다. LG그룹주 가운데 그나마 선전하던 LG화학은 같은 기간 35.36% 내리며 주도주의 몰락을 반영했다. 유진투자증권의 곽진희 애널리스트는 "화학업종의 경우 IT 관련 매출 비중이 높거나 태양광처럼 업계 내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분야는 당분간 전망이 밝지 않다"고 밝혔다.

IT업종은 상반기에 이어 좀처럼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LCD와 TV의 부진은 올해 내내 계속되고 있고 국제 반도체 가격도 원가 이하로 폭락한 상태다. 유일한 성장 분야인 스마트폰도 삼성전자만 힘겹게 애플을 뒤쫓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투자자들의 고민은 관련 기업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한 달 동안 18.70% 하락했고 LG전자LG디스플레이는 각각 34.45%, 35.65% 내렸다. 그룹주 펀드들은 간판 기업들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이들 기업의 성적이 좋지 않으니 펀드 성적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그룹주 펀드, 잘나갈 때 경계해야

그룹주 펀드의 장점은 국내 대표 그룹에 속한 우량주에 대부분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에 충격이 있을 때 상대적으로 잘 방어한다는 점이다. 또 특정 테마나 업종이 상승하는 시장에서 해당 종목이 많은 그룹주 펀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그룹주 펀드의 장점은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시장이 지나치게 큰 충격을 받을 경우 비중이 큰 대형주의 주가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 또 시장의 주도주 변화에 따라 그룹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 투자할 때 감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동양종금증권의 백지애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 폭이 큰 업종은 상반기 주식시장 상승세를 주도했던 업종"이라며 "시장 상승기에 장점을 발휘했던 그룹주 펀드의 특징이 오히려 최근 상황에서는 약점이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