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도성장기를 이끌어온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산업 모델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은 뛰어난 제조기술·하드웨어를 무기로 연간 10%를 넘나드는 성장의 고속도로를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소홀히 했다. 최근 수년간 주요 산업경쟁력의 핵심이 '하드웨어 경쟁력'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옮겨가면서 최근에는 한국의 주력산업, 핵심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부실 경고등이 곳곳에서 깜빡거리고 있는 것이다.
15일 발표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제조업과 하드웨어 산업구조에 대한 경고 시그널의 대표 사례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휴대폰업체들은 올 2분기 핀란드의 노키아를 앞지르며 사상 처음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구글이 스마트폰 OS(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거꾸로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유료화하거나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순간 한국 휴대폰 업체들은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OS(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외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한 이 상황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콘텐츠 비즈니스 등 주력 IT성장동력 분야에서도 똑같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핵심 대기업들도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최근 전자계열사 사장단과의 회의에서 수차례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은 '구글 충격'이 역설적으로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취약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드러남으로써 오히려 발전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태웅 KTH 부사장은 "한국은 뛰어난 제조기술을 무기로 삼아 패스트 팔로(빠른 추격자)로서는 성공했다"며 "외국기업의 소프트웨어 전략변화에 운명이 바뀌는 신세를 면하려면 국내 IT업체들도 소프트웨어를 이전보다 강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업의 중심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2011.08.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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