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 공급사이자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왕년의’ 휴대전화 제왕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13조500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구글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인수 목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스마트폰 특허전에 모토로라 특허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동안 협력사였던 구글을 하루 아침에 경쟁사로 맞이해야 하는 기존 스마트폰 업체들로서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 모토로라, 통신 특허만 1만7000여건…MS 특허 대항마로

구글은 이번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우선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특허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S는 지난해부터 구글 안드로이드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업체들에게 로열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HTC·온키오·벨로시티 마이크로 등 중소 업체들이 MS와 로열티 지급에 합의했으며, 최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이드를 이용 중인 제조사들이 MS에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할 경우, OS 공급사인 구글의 처지도 위태로워 질 수 있다. 시애틀타임스 등 외신은 최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휴대전화업체들이 연간 물어야 할 로열티만 1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애널리틱스는 “안드로이드는 내년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독일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안드로이드는 지적재산권 소송에 직면해 결국 매우 비싼 OS가 되고 기술적으로도 매우 빈약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는 통신 기술 특허만 1만6824건을 보유 중이다. 관련 특허가 수백건에 불과한 구글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지난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8위(440만대)에 그쳤지만, 특허 만큼은 MS 공격을 무력화할 만큼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15일(현지시각) 공식 블로그를 통해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MS·애플 등 독점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안드로이드를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초대형 인수합병(M&A)가 특허전략에 기반한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래픽=조경표

◆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

그동안 구글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제조한 업체들로서는 장기적으로 구글이라는 ‘공룡’과 대적해야 하는 고민에 처하게 됐다.

지난 2008년 첫 상용제품이 나올 정도로 역사가 짧은 안드로이드의 점유율 확대에 매진해왔는데, 느닷없이 구글이 경쟁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분기 2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으며, 이 중 85% 정도가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 615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LG전자는 전량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모델만 제조했다.

현재 안드로이드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 전략이 당초의 ‘개방·공유’에서 점차 ‘선택과 집중’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구글은 올해 들어 허니콤 등의 OS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HTC 등 메이저 제조업체를 위주로 OS를 공개한 바 있다.

안드로이드 새 버전을 발표할 때마다 공개되는 ‘레퍼런스폰(시제품)’의 경우 이제 한 몸이 된 모토로라가 도맡아 제조할 수도 있다. 그 동안에는 삼성전자·HTC 등이 번갈아가며 이를 생산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자체 OS ‘바다’를 포기하지 않고 끌고 온 것은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왔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는 마치 애플처럼 구글과 협력사면서 경쟁사인 관계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