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출렁거림이 심해진 가운데 원자재 투자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불안한 투자자들이 금으로 몰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금 펀드에 돈을 넣어둔 투자자들은 마음이 든든해졌다. 반면 원유와 광물 등의 천연자원에 투자하는 펀드는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이들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곡물 파동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급등하던 농산물 가격이 하락 추세로 접어들면서 농산물 펀드 투자자도 올해 펀드농사에선 한숨을 쉬게 됐다.
◆원자재 펀드 승자는 단연 금(金)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집계(12일 기준)를 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108개 원자재 펀드는 최근 1주일간 7.69%의 손실을 냈다.
원자재 분야별로 1주일간 플러스 수익률을 올린 펀드는 금 펀드가 유일하다. 19개 금 펀드는 최근 1주일간 평균 3.95%의 수익을 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1.45%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금 펀드라고 해서 모두 다 수익률이 높은 건 아니다. 금 관련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금 펀드보다는 금 선물이나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파생형 금 펀드의 성과가 더 좋다. 파생형인 'KB스타골드특별자산투자신탁(금-파생형)A'는 1주일간 7.06%의 수익을 냈지만 주식형인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H)(A)'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원자재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금 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펀드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의 집계를 보면 지난주(4~10일) 금을 포함한 귀금속 펀드로는 21억4000만달러가 순유입(유입에서 유출을 뺀 것)됐다. 다른 원자재 펀드에서는 14억4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원유·농산물 펀드 투자자는 울상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9일까지 1주일간 18개 원자재에 대한 투자를 19% 줄였다. 18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인 것이다.
원유나 광물, 농산물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시원찮다. 특히 원유 펀드의 성적이 가장 부진하다. 11개 원유 펀드의 1주일 수익률은 마이너스 10%대로 추락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6.59%로 더 안 좋다. 국내 원유 펀드가 투자하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상반기에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8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가격 하락과 더불어 WTI 재고량이 쌓이면서 만기가 더 긴 선물 가격이 만기가 더 짧은 선물보다 비싸진 점도 원유 펀드 수익률을 갉아먹고 있다.
농산물 펀드의 상황도 안 좋아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밀과 콩 등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산물 펀드는 최고의 원자재 펀드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농산물 펀드 수익률도 타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