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링~띠리링."

5번 정도 벨이 울린 뒤 통화가 연결됐다. "여보세요"라고 전화를 받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고음(高音)으로 들렸다. 간혹 내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거나 상대방 소리가 끊어졌다 이어지기도 했다. 통화 감도(感度)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무슨 말을 하는지는 대강 이해할 수 있었다.

20일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SK커뮤니케이션즈의 스마트폰용 무료 통화 서비스 '네이트온 톡(NATEON Talk)'을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가 무료 통화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장차 휴대폰 통화가 완전 무료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무료통화 시대 앞당겨

이미 시중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마이피플'이나 스카이프·바이버 같은 무료 통화 프로그램이 나와 있다. 음성 통화에 앞서 문자메시지는 거의 공짜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1900만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의 무료 문자 서비스 '카카오톡'은 현재 무료 통화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기술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음성 통화 시장에도 뛰어들 수 있다.

애플 아이폰 사용자는 '앱스토어'에서, 갤럭시S 같은 다른 스마트폰은 구글 마켓이나 T스토어 같은 온라인 장터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된다.

자신의 전화번호 등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치면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람들끼리 무료 통화를 즐길 수 있다. 마이피플 사용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고, 네이트온 톡도 이날 서비스 하루 만에 이용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아직 유선전화나 일반 휴대폰과는 통화할 수 없다.

네이트온 톡은 다른 인터넷 회사와 달리 SK텔레콤의 자회사가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의 무료 통화 서비스가 통신망에 부담을 주고 매출을 갉아먹을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무료 통화 가입자가 갈수록 늘어나자 SK텔레콤은 더 이상 막기 힘들다고 보고 자회사를 통해 직접 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했다. 통화료 매출이 줄어드는 것보다 차라리 이용자를 늘려 다른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KT도 '올레톡'이란 스마트폰용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하지만 무료 통화 기능은 제공하지 않아 가입자는 60만명에 그치고 있다.

◆정착되려면 시간 걸려

무료 통화 프로그램이 완전 공짜 서비스는 아니다. 월 5만5000원 이상의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무료 통화가 일반 휴대폰을 이용한 통화를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월 5만5000원 요금제는 300분의 휴대폰 음성 통화가 기본으로 포함돼 있다. 기본 제공량을 다 못 쓰는 사람은 굳이 접속이 잘 안 되고 음질도 떨어지는 인터넷 무료 통화를 쓸 필요가 없다.

통화 접속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이날 네이트온 톡과 마이피플 프로그램으로 전화를 걸어보자 10번에 1~2번 정도 통화가 연결될 정도로 접속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통화가 연결되기를 바라는 휴대폰 사용자들은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한계는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유선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전화는 일반 전화와 통화 품질에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공짜경제학(원제 FREE)'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디지털화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공짜 모델이 나온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