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 방안으로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다른 날 쉬도록 하는 '대체 휴일제'와 공휴일의 요일을 미리 지정해 토·일요일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요일 지정제' 등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직장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기업들은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실제 시행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일 "관광·레저 등을 통해 내수를 확대는 방안의 하나로 '대체 휴일제'나 '요일 지정제' 등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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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휴일제는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다른 요일로 옮겨서 쉬도록 하는 제도다. 요일 지정제는 현재 특정 날짜로 지정돼 있는 법정 공휴일 중 일부를 월요일 등 특정 요일로 지정해 토·일요일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5월 5일로 정해져 있는 어린이날을 5월 둘째 주 월요일로 바꾸는 식이다. 정부는 날짜에 역사적인 상징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어린이날과 현충일 등 2개 공휴일을 요일 지정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마틴 루터 킹 데이'(1월 셋째 월요일) 등 국경일을 특정 요일로 지정해 휴일과 중복되는 것을 피하고 있다. 또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칠 경우 월요일을 대체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일본도 '체육의 날' 등 4개 국경일을 2000년부터 단계적으로 월요일로 옮겼고,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다음 날을 휴무로 지정하고 있다.

휴일 제도를 변경하는 방안은 지난달 16~17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생 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제기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성태 연구원은 "설문 조사 결과 휴일이 늘어나면 국내 관광을 하겠다는 의견이 45%에 달했다"면서 "관광·레저산업을 중심으로 10만60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정 휴가를 포함한 우리나라 기업의 연간 휴일·휴가 일수는 134~144일에 달해 미국(114일)·일본(129~139일)·영국(136일)·독일(137~140일) 등 주요 선진국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호성 경영자총협회 상무는 "휴일이 2일 증가하면 이 기간 동안 생산 차질과 대체 인력으로 인한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면서 "노동 생산성 부족을 근면으로 보완해 온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계의 반대가 워낙 크고 정확한 내수 진작 효과에 대한 분석 작업이 남아 있어 실제 시행하기까지는 상당 기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