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닙니다. 300만원씩 10번으로 쪼개 투자하는 게 낫지, 3000만원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

최현만(51)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이달 초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유행처럼 번지면서 9조원대로 커진 자문형 랩(맞춤형 종합관리계좌)과 관련해 일침을 놨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주식형 펀드 판매 잔고가 약 10조원인 국내 최대 증권사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최 부회장은 "자문형 랩은 투자 방법 중 하나로 여겨야 하는데 전지전능한 신(神)인 양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며 "자문형 랩은 3000만원씩 매달 적립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 여력이 되는 자산가들이 선택해야지, 서민들이 전 재산을 올인하는 방식으로 투자해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고수익·고위험을 노리기보다는 현금 비중을 높이고 위험을 관리하는 투자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뿐만 아니라 개인금융부채가 1000조원을 넘는 등 국내외적으로 도사리고 있는 악재들 때문에 주가가 단시간 내에 위를 뚫고 급상승하긴 어렵다"면서 "하지만 이런 악재들을 점차 극복해내면서 저점을 높여가 결국엔 '상저하고(上低下高)' 형세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주가가 계단식으로 상승해 연말에는 지금보다 주가 수준이 높게 형성되어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최 부회장은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을 바탕으로 소비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나라에 투자해야 한다는 '삼박자 투자론'도 소개했다. 즉 노동인구·소비력·천연자원이란 3대 요소를 갖춘 지역에 투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나라들로 인도네시아·중국·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꼽았다.

특히 하반기의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는 중국을 꼽았다. 그는 "중국은 거시경제 지표상으로 별문제가 없다"며 "중국펀드 투자자 중에 새로운 돈이 있어서 투자 여력이 생겼다면 앞으로 5~10차례에 걸쳐 물타기 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중국 정부가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연내 경기가 연착륙(경기 과열이 진정되는 것)하는 신호가 보이면 재도약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미래에셋증권에서 판매한 해외펀드들의 수익률이 금융위기로 나빠지면서 많은 투자자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줬다"며 "하지만 실망감에 투자를 바로 중단했다면 그대로 손실로 이어졌지만, 적립식으로 투자를 계속한 사람은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주가 조정기에 중국펀드 투자자가 적립식 투자를 유지한다면 나중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겁니다. 물론 한꺼번에 많은 돈을 넣지 말고 조금씩 적금하듯 넣어두는 방법을 활용하세요."

최근 최 부회장은 12년 동안 맡아왔던 대표이사 직함을 떼고 총괄경영을 맡았다. "증권 영역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생명(보험)을 포함, 그룹 계열사 전체를 챙기는 역할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그랜드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죠." 그는 "박현주 회장이 글로벌 시장 개척에 주력하면서 누군가 국내에서 대표이사들을 이끌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면서 "앞으로 총괄경영자로서 대표이사들과 협력하며 그룹을 관리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