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은 플러스인데, 왜 내 원금은 마이너스인 거야?'

최근 목돈을 맡기고 매달 이자를 받는 '월지급식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확한 이해 없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대부분 10년 후에도 자신의 원금이 보존돼 있을 것으로 믿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익률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원금에서 떼어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수익률이 플러스여도 원금은 계속 까먹고 있을 수도 있다. 월지급식 펀드는 올 상반기에만 4000억원이 팔려 최근 설정액이 7000억원을 넘었다. 월지급식 브라질 국채도 올 들어 7000억원이 팔렸다.

①첫 달 이자는 무슨 돈으로 주나?

서울에 사는 이모(52)씨는 여윳돈 1억원을 매달 0.7%의 이자를 지급하는 월지급식 펀드에 넣었다. 한 달 뒤 이씨의 통장에는 약속대로 70만원이 입금됐다. 그러나 이 상품이 기록한 한 달 수익률은 0.2%. 그렇다면 이 펀드는 무슨 돈으로 나에게 '월급'을 준 걸까? 바로 운용 수익 20만원과 원금에서 떼어낸 50만원을 합쳐 지급한 것이다. 결국 펀드 잔액은 9950만원이 된다.

월지급식 펀드는 대부분 이런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10년 뒤 원금은 자녀에게 상속하고, 이자만 내가 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일본에서 월지급식 상품이 자리를 잡은 것은 상속세가 높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모은 돈을 '평생 쓰고 죽겠다'는 사고가 강했기 때문이다. 안병원 삼성증권 과장은 "우리나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②원금 까먹었는데 수익률은 플러스?

펀드 수익률이 플러스라는 점만 믿고 내 원금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믿으면 오산이다. 펀드 수익률은 투자 원금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익률은 매달 지급한 이자를 제외한 잔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내 펀드의 현재 수익률이 플러스여도, 이미 지급받은 돈이 그동안의 수익보다 많으면 잔액은 원금보다 모자랄 수 있다.

양은희 한국투자증권 WM컨설팅부 차장은 "1년 누적수익률이 22%라고 해서 1000만원 투자해서 220만원 수익이 났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매달 월지급으로 돈이 빠져나가면서 기준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익률을 가장 단순하게 계산하는 법은 매달 지급받은 돈과 현재 잔액을 모두 합쳐 원금보다 얼마나 가감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특히 초반 수익률이 낮으면 원금이 계속 줄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수익을 내서 원금을 회복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③어떤 펀드가 수익률 좋았나?

그렇다면 지금까지 판매된 월지급식 펀드의 수익률은 어땠을까?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의 대표적인 월지급식 펀드 10개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2.21%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펀드는 '칸서스뫼비우스200인덱스증권투자신탁1(주식-파생형)Class A2'로 4.51%, 그다음은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으로 3.9%였다.

1년 수익률로 보면 주식형과 채권형이 크게 벌어졌다. 주식형인 칸서스뫼비우스 펀드는 29.7%의 수익을 낸 반면, 채권혼합형의 1년 수익률은 '아이메자닌II증권투자신탁 1(채권혼합)ClassA'가 6.5%에 머물렀다. 지난 1년간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월지급식 펀드는 거액을 한꺼번에 넣는 일종의 '거치식' 펀드라는 점을 명심하고, 투자 성향에 맞게 주식형·채권형을 신중히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김용구 대신증권 컨설팅랩 팀장은 "주식형은 원금을 쉽게 까먹을 수도 있고 원금을 다시 빠르게 회복할 수도 있는 반면, 채권형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목표수익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주식형과 채권형을 절반씩 나눈 분산투자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