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하면서,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상승률이 25개월 최고치인 3.7%까지 치솟으면서, 연간 물가상승률이 정부가 제시한 4.0% 물가상승률 전망치보다도 더 높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돼지고기와 석유류, 집세, 채소류 등의 가격 흐름이 '4% 물가 마지노선'이 지켜질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돼지고기 가격이 구제역 파동으로 급등, 최근 물가불안의 주범이 됐다고 지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원 물가 구성 지표에는 돼지고기 가격이 두 차례 반영된다. 축산물 가격과 외식품 가격에 돼지 고기 가격이 모두 반영된 구조다. 올 초 구제역 파동으로 350만 마리 이상 돼지가 살처분된 것이 고스란히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돼지값 급등이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6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3.2%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0.5%포인트 가량 낮아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채소값은 물가 불안을 안정시키는 요인다. 지난해 하반기 급등했던 배추, 무, 양파 등은 뚜렷한 가격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월대비 배추가 51.2%, 파 40.1%, 무 35.7%, 양파 22.9% 하락했다. 작년과 달리 기상이변이 많지 않아 출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공급이 월활하게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작년 같이 여름철 태풍이나 집중 호우 규모가 커서 생육 중인 채소류에 영향일 미칠 경우 가을철 출하량이 예상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양동희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연평균 4% 물가상승률을 이루기 위해서는 채소값이 지금 수준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면서 이같은 우려에 공감했다.

이달 7일 이후 석유값 인상 여파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통계청에서는 정유업계가 지난 4월 인하했던 리터당 100원을 한꺼번에 올릴 경우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0.2%포인트 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전세난 등으로 집세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도 물가 관리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전세비는 전월비 0.5%, 전년비 4.6% 상승했다. 월세도 전월비 0.3%, 전년비 2.8% 상승해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집세 등은 한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아 물가상승 압력을 꾸준히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구제역과 채소 파동이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가량 낮아졌을 것"이라며 "물가 당국에서 우리나라는 구조조적으로 수요측 보다는 공급측의 요인이 물가에 더욱 큰 영항을 미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