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인 에스코넥은 지난 20일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회사 측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사유를 밝혔다. 코스닥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할 경우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어, 주가가 신주발행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신주발행가보다 주가가 싸지면 신주를 발행받아도 시장에서 팔아 차익을 낼 수가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결정과 철회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유상증자 발표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라이프앤비는 지난 9일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 기타자금 조달을 위해 15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같은 소식에 라이프앤비는 하한가인 1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케이디씨 역시 185억원 규모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당일에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으며, 다음 날에도 하락세를 보였다.
오리엔탈정공은 12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4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2810원이던 주가가 2125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반면 유상증자를 철회할 경우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예전에는 유상증자를 철회하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서 주가가 더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유상증자 철회 소식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에스코넥의 경우 지난 15일 장 종료 후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내자 하한가를 기록했다가, 17일 유상증자를 철회한다는 공시가 발표되자 가격제한폭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철회하더라도 기업들이 자금 조달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결국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 발행과 같이 다른 방식으로 추가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스몰캡 팀장은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의 경우 대부분 운영자금이 없어서 하는 것"이라며 "자금 사용 용도를 확인해야겠지만, 한번 필요에 따라 증자에 나섰던 만큼 향후에 다른 방식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정보고서 증가… 감독 까다로워져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등 심사를 까다롭게 한 것도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를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감원이 코스닥 상장사에 대해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라는 요구는 지난 1~3월까지 5건 미만이었지만, 4월과 5월에는 각각 8건, 6월에는 10건으로 증가했다.
실제 AJS는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지만 두 차례의 정정 요구를 받고 유상증자 일정이 지연되자 자진 철회했다.
캔들미디어도 지난 23일 174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으면서 주가가 하락해 유상증자를 철회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보다는 10억원 미만의 자금 조달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 이달 들어 10여개 사가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도 10억원 미만이 대부분이다.
A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최근 유상증자를 할 경우 정정보고서 제출 요구를 한두 번 받게 된다"며 "또 올 들어 유상증자 자체가 대부분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