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아시아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의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KT가 지난달 30일 부산 인근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기로 한 데 이어, 28일에는 LG CNS가 부산에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 센터를 짓기로 하고 '글로벌 데이터 센터 허브 구축'을 위한 협약을 부산시·지식경제부와 맺었다. 부산시는 부지를 제공하고 LG CNS는 시설 건립과 운영을 맡는다. 지식경제부는 행정적으로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터넷 데이터 센터는 기업 전산망에 필요한 서버 컴퓨터를 임대·관리해주는 시설로, IT산업의 기반시설이다. KT의 데이터 센터에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주도해 일본 기업들의 전산 데이터를 보관하기로 했다. LG CNS도 아시아 지역 외국 기업들의 전산 데이터 유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멀지 않은 시기 안에 부산이 아시아 데이터 센터의 허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최고의 입지, 정부 지원으로 날개
부산은 오래전부터 아시아 지역 IDC 허브의 최적지로 꼽혀왔다. 우선 중국·일본 등 데이터 소비가 많은 국가와 초고속 해저 케이블로 연결돼 있는 게 가장 유리한 환경조건이다. 또 IDC는 다량의 서버컴퓨터가 밀집돼 있어 많은 열이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부산은 싱가포르·홍콩 등 경쟁 지역보다 기온이 낮아 냉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높은 기술 수준과 싼 전기료도 큰 이점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지원이 부족했다. 싱가포르 등 경쟁 지역은 세금 우대, 건설 비용 할인 등 지원책을 적극 내세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특별한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나연묵 단국대 교수(컴퓨터공학)는 "부산은 입지 면에서는 최고였지만 정부 지원 부족으로 저평가를 받아왔다"고 했다.
정부의 태도가 바뀐 것은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행정안전부·지식경제부 등 3개 기관은 지난달 11일 '클라우드 정책 5대 과제'를 발표하며 '글로벌 IT 허브'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센터 유치를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해 이를 IT산업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IT업계 관계자는 "5월 이후 여러 기업이 '부산에 데이터 센터를 마련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오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IDC 부산으로 집결
이번에 LG CNS가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내 미음지구에 짓기로 한 데이터 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다. 3만8610㎡(1만1700평) 부지에 연면적 13만3000㎡(4만평) 규모의 IDC가 들어설 예정이다. 축구장 15개 정도를 합친 면적에 데이터 서버 시설이 가득 들어차게 된다. LG CNS는 내년 12월까지 우선 2만3000㎡(7000평) 공간에 서버 7만2000대 규모의 시설을 만든 후에 차차 설비를 확장해가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직접 투자도 시작됐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eBay)'는 지난 13일 부산에 중국·일본·싱가포르·호주 법인을 지원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한국 법인인 이베이옥션은 "미국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부산에 데이터 센터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했다.
부산시는 이번 투자로 인해 최대 3만명 규모의 고용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IDC 직접 고용 인원은 400명이지만, 건설·장비 운용·지원 관리 등 연관 산업으로 효과가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센텀시티 등 해운대 지역 개발과 신호지방산업단지에 입주한 중화학 기업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 부산 경제에 IDC 유치 사업이 또 하나의 날개가 될 전망이다.
☞인터넷 데이터 센터(Internet Data Center·IDC)
전산망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서버 컴퓨터를 임대하고 관리해주는 곳. 최근 대형 설비에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클라우드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