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세계 최초 공항 입점' 등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최근 연이은 '명품 브랜드 철수'라는 큰 암초를 만났다. '루이비통 파격 대우'에 반발하며 지난 9일 구찌(Gucci)가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의 매장 2개를 철수키로 결정한 데 이어 최고 명품 반열에 올라 있는 샤넬이 전격 철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부진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계약 만료 시점 이후인) 9월1일자로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서 매장을 철수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샤넬 측은 "지난해부터 신라면세점과 수수료 인하와 매장 확대 등에 관해 협상을 벌여왔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난항을 겪었다"면서 "8월 말이면 입점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이를 연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은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지만, 보통 명품 브랜드의 입점 계약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자동 연장'되는 게 관례였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사실상 '퇴점 결정'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신라면세점에서는 철수해도 인천공항 내 '관광공사 면세점 샤넬 매장' 영업은 계속할 예정이어서 공항 이용 고객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샤넬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신라의 루이비통 모시기'에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세점은 루이비통을 유치하면서 공항 최고 명당인 27번과 28번 게이트 사이 약 595㎡(180평 규모)의 단독 매장을 내줬다. 수수료도 다른 명품 브랜드 30~40%에 한참 못 미치는 10~20%만 받기로 했다.
그동안 신라면세점 내 최대 매장(132.2㎡·40평)에다가 20% 정도의 수수료를 내며 '최고 대우'를 받아왔던 샤넬 측으로선 자존심이 구겨질 수밖에 없다. 샤넬은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신라면세점에 단독 매장을 내주거나 매장 면적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러나 신라측에서 난색을 표시하자 이미 가을·겨울 상품 발주량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이는 등 올 초부터 퇴점을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구찌는 수수료 인하와 매장 확대 등의 조건을 내걸었지만, 신라측과 협상이 최근 결렬돼 이미 퇴점을 결정한 상태다. 버버리는 지난해 초 신라면세점과 수수료 등 문제로 논쟁을 벌이다 공항과 시내의 신라면세점 3개 매장을 모두 철수해 버리기도 했다. 1년 사이 버버리, 구찌, 샤넬 등 유명 브랜드가 인천공항에서 철수하거나 철수키로 한 것이다. 이들 외에도 몇몇 브랜드가 루이비통 우대에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신라면세점 명품 브랜드 철수는 확대될 수 있다.
그동안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호텔신라의 이미지를 고급화해 온 이부진 사장으로선 명품매장들의 잇따른 철수에 당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3년 넘게 공을 들여 루이비통 인천 공항 매장 유치엔 성공했지만, 다른 명품 브랜드들이 신라에 등을 돌린 건 한순간이었다. 본인이 대표로 있는 신라호텔의 뷔페 식당 한복 거부 사태까지 겹치는 등 이부진 사장의 수난이 의외로 오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