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6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은 '원유에서부터 섬유까지'란 그룹의 꿈을 마침내 달성했다고 공식 선포했다. 당시 SK울산콤플렉스에 에틸렌 생산시설 등 9개 공장을 한꺼번에 준공하면서 정유·석유화학·필름·원사·섬유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는 의미였다.
20년이 다시 지났다. 꿈(경영전략)이 현실로 완성됐고, 이후 수직계열화의 각 분야들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그룹 주력사 매출(작년 기준 45조8669억원)과 수출(27조7208억원)을 각각 10배와 27배 이상 키워놨다. SK의 석유사업 부문의 지주회사 격인 SK이노베이션은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한 기업이 됐다.
원유를 정제한 휘발유 등 석유제품 수출이 늘어난 이유는 2000년대 들어 중국 등 아시아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2조원을 투자해 울산중질유 분해시설을 건설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비했기 때문이다. 예상이 적중해 중국·인도네시아·러시아·베트남 등에서 주문이 급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 소속 울산콤플렉스에는 여의도 면적의 2배에 가까운 826만㎡(250만평)에 원유저장시설, 정유공장, 중질유 분해공장, 나프타분해공장, LPG 지하암반 저장시설, 송유관, 전용 부두가 모두 모여 있다. 콤플렉스에는 3000여명의 직원이 4조 3교대로 일한다. 울산콤플렉스의 정대호 석유수출2팀장은 "하루 처리 물량인 84만 배럴의 60%인 50만 배럴이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SK의 석유사업 수직계열화는 원유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로 확대 중이다. 최태원 회장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SK그룹의 자원개발 매출은 2007년 3232억원, 2008년 5253억원, 2009년 6358억원에 이어 지난해 7830억원에 이르렀다.
SK관계자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석유자원개발 1조원 매출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개발사업의 특징은 영업이익이 30% 이상이라는 점이다. 작년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53%에 이르렀다. 올 1분기 자원개발 영업이익률도 58%에 달한다.
현재 SK그룹은 페루 등 14개국 26개 광구에서 석유자원개발을 진행하며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8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5억3000만 배럴의 원유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수직계열화 원년인 1991년의 자원확보량인 5400만 배럴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었다.
SK그룹은 최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LNG(액화천연가스) 사업에서도 제2의 수직계열화에 나서고 있다. LNG가스전 탐사, 액화, 트레이딩, 집단에너지 공급 등 모든 과정을 사업화하는 것이다.
이만우 SK 브랜드관리 실장은 "석유 수직계열화에 이어 액화천연가스·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군에서도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