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4개 성(省) 곳곳에서 풍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상하이 동해대교의 해상 풍력발전소는 유럽을 제외하고 가장 크다. 중국은 올해 중 1000만kW를 생산할 수 있는 풍력발전소를 장쑤(江蘇)성에 건립, 세계 최대 풍력발전소 기록도 갈아치울 태세다. 중국이 풍력발전 대국(大國)으로 거듭나는 가운데, 뒤늦게 풍력발전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은 '트랙 레코드(track record·이행실적)'가 없어 눈앞의 시장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中, 누적·신규 용량 美·獨 제치고 1위

중국은 풍력발전 신규 설치량 기준으로 2005년부터 줄곧 1위를 달려왔다. 2009년에는 누적 용량 기준에서도 풍력발전 강국인 독일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미국도 제쳤다. 세계풍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18.9기가와트(GW)급 풍력 설비를 추가로 설치, 누적 용량 44.7GW로 명실상부한 풍력 대국 반열에 올랐다. 세계 풍력발전 용량에서 점유율이 22.7%에 이른다.

세계 풍력발전 제조기업 10대 리스트에도 중국회사 이름이 4개나 올랐다. 신재생에너지 컨설팅 기업 BTM은 "강력한 내수를 바탕으로 중국의 화루이(華銳), 진펑(金風·GoldWind), 둥치(東汽), 리엔허둥리(聯合動力) 등이 세계적인 풍력업체인 덴마크의 베스타스, 미국의 GE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중국 4대 업체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31.5%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중국 간쑤성에 위치한 풍력발전소 앞에서 설비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방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풍력터빈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은 이행실적 없어 '절절'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두산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도 '제2의 조선(造船)'이라 불리는 풍력설비 제조에 나섰지만 트랙 레코드를 쌓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풍력발전 설비를 납품하려면, 1~2년간 설비를 안정적으로 돌려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는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업체들은 이 실적자료가 없어 신규 발전설비 수주 경쟁에서 계속 밀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은 내수에서 쌓은 트랙 레코드로 수출 전선에 뛰어들었다. 소형 변압기업체였던 상하이타이성풍력장비는 2001년 베스타스와 협력관계를 맺은 후 매출 규모 수억위안에 이르는 풍력발전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 최대 풍력업체인 베스타스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국업체는 150여개에 이른다. 진펑은 독일 리파워로부터 750kW 기술을 이전받은 후 최근 2MW급 풍력 터빈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3MW급 터빈도 준비 중이다. 이임택 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은 "진짜 경계해야 할 점은 중국이 최대 풍력발전 시장에서 풍력기술 강국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완성품 업체가 잘나가야 부품업체가 살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정부도 국내 풍력업체의 트랙 레코드를 쌓는 데 정책 역량을 쏟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해외 풍력단지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 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미국 2개 주(州)에 추진 중인 100MW급 풍력발전단지 개발에 1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아예 풍력발전소 단지를 개발해 이행실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베스타스, GE 등에 풍력발전기 부품을 공급해 온 태웅 허용도 회장은 "조선 사업과 유사한 풍력발전 사업도 전후방 효과가 크다"면서 "국내 발전기 제조업체들이 실적을 쌓으면, 관련 부품업체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발 앞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 풍력발전

터빈을 이용, 바람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시켜 발전기를 돌리는 전기생산 방식을 말한다. 풍력 발전기는 날개, 변속장치, 발전기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