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정규 인사철도 아닌데 지난달 14일 미디어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이날 뉴미디어사업 부문의 조직을 개편하면서 부문장(전무)에 CJ E&M의 박용길 LA지사장을 영입해 앉혔다. 박 전무는 IPTV(인터넷TV) 운영업체인 브로드밴드미디어 대표도 겸직하면서 SK의 IPTV와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등 미디어 관련 사업을 모두 총괄한다.
통신·미디어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갈수록 경쟁에서 밀리는 그룹의 미디어사업에 큰 불만을 느끼고 '외부 인사 영입'이라는 충격 카드로 반격을 시도하려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SK는 뉴미디어사업 부문의 절대 강자였다. 2008년 초 IPTV 1위 업체인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하고 휴대폰에서 TV를 보는 위성DMB 사업(운영업체 TU미디어)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SK발(發) 미디어시장 격변'을 이끌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의 기세는 찾을 수 없다. SK의 IPTV 가입자 수는 3년 전(70만~80만가구)과 별 차이가 없는 91만가구이고, 위성DMB 가입자는 지난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면 통신시장의 라이벌 KT는 미디어사업이 확장 일로를 걷고 있다. IPTV 가입자는 239만가구에 달하고, 위성방송사업 가입자는 300만가구를 돌파했다.
3년 전엔 IPTV 가입자(40만가구)가 SK의 절반 정도였고 위성방송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현 KT스카이라이프)는 4000억원대의 누적 적자를 떠안고 근근이 연명하던 상태였다. 3년 사이 두 회사의 미디어사업은 정반대 상황에 처해 있다.
◆SK텔레콤과 KT 간 미디어 전쟁
SK텔레콤은 미디어사업이 고전한 이유를 '외부 시장 환경'을 꼽는다. 우선 위성DMB의 경우 똑같은 서비스인 지상파DMB가 무료로 제공되면서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IPTV는 SK의 경우 수익성 위주 전략을 썼는데, 경쟁사인 KT는 각각 월 1만원대 상품인 위성방송과 IPTV를 하나로 묶어 월 1만2000원에 서비스하는 저가(低價) 전략으로 가입자 늘리기에 주력했다.
그런 시장적인 요인뿐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SK의 위성DMB사업을 했던 TU미디어의 전직 임원은 "SK텔레콤에서 내려온 책임자들이 비즈니스 성공에 '올인'하지 않고 본사로 다시 돌아갈 궁리만 했다"고 말했다. TU미디어의 기존 임원과 부장, 직원들은 수천만~수억원어치 우리사주를 산 반면, SK텔레콤에서 온 최고위 임원들은 100~1600여주를 사는 데 그쳤던 것도 한 예.
반면 KT는 공기업 체질을 버리고 공격적으로 나왔다.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내놓은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과 IPTV 결합상품은 KT 미디어사업의 최고 효자 노릇을 했다. 이 상품은 매월 6만~8만명씩 가입자를 끌어오고 있다.
◆SK, 콘텐츠 분야에서 재역전 노려
SK텔레콤과 KT 간 미디어 전쟁의 최종 승패는 영화·음악·방송 채널 등 콘텐츠 분야에선 결판날 전망이다. 두 회사는 이 분야에서 모두 한 번씩 쓴맛을 본 상태다. SK텔레콤은 연예기획사 IHQ, 방송 채널 YTN미디어(현 CU미디어) 등을 인수했다가 다시 매각했고 KT도 드라마제작사 올리브나인을 인수했지만 적자에 허덕이다 되팔았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태블릿PC·스마트TV까지 포괄한 새 미디어 사업 전략으로 재역전을 노리고 있다. 9일에는 월트디즈니와의 합작 법인 'TMK'의 대표이사에 김문연 전(前) 중앙방송 사장을 영입했다.